매일신문

세계각국 디딜방아 기록 집대성

농기구, 부엌, 옛집 등 웬만한 민속학자들도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물건들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 온 김광언 인하대 교수가 이번에는 디딜방아에 관한 책을 냈다.'디딜방아 연구'(지식산업사)는 김 교수가 지난 30여년간 중국, 일본, 태국, 네팔, 인도, 이탈리아 등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제외한 전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디딜방아에 관한 기록을 집대성했다.

이 책은 이제는 대부분 사라져 간 세계 각 지역의 디딜방아를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에서 비교 연구한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디딜방아 연구서다.

저자는 "20세기와 함께 사라져 가는 디딜방아에 대한 기록을 이나마 남기게 된것을 보람으로 삼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사라져 가는 디딜방아를 위한 조사(弔詞)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디딜방아를 사람에 버금가도록 외사랑하는 저자의 생각은 한민족이 방아를 인격체로 여겼다는 사실과 맥이 닿아 있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디딜방아를 단순히 농기구로 간주한 데 반해, 우리 나라는 이를 인격체로 여겨 두다리방아를 거꾸로 세워놓은 채 제사를 지냈으며 방아의 각부분을 인체에 빗대어 방아머리, 방아몸체, 방아다리라고 불렀다.

방아 찧는 모습을 연상해 코방아, 입방아, 엉덩방아, 붓방아(글을 쓸 때 생각이 잘 안나 붓대만 놀리는 행위)와 같은 표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번 연구로 인해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우리 나라에는 외다리방아보다 더 흔한 '두다리방아'가 한민족 특유의 발명품이라는 것.

디딜방아는 원래 4세기 이전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 선진 농기구였으나 당시에는 물론 지금에 이르러서도 한민족처럼 두다리방아를 사용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책은 크게 나라 안의 디딜방아, 나라 밖의 디딜방아로 나눠져 기술돼 있으며 340여장의 사진과 80여장의 그림을 싣고 있다.

디딜방아 몸체에 잡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믿어져 온 강태공(姜太公)의 이름과 도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신일(庚申日)이 적혀 있는 이유와 우리 문화와 일본 재래 문화가 결합한 것으로 보이는 대마도의 디딜방아 내력 등이 흥미롭게 읽힌다.디딜방아 하나로 꿰뚫어보는 인류 문화사의 깊이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읽는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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