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의 분식회계가 채권은행단에 적발된 지 1년여만에 대우전자,대우통신 등의 전 사장인 전문경영인들이 구속되고 이들 업체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회계사까지 구속된 것은 한국적 기업경영 풍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수 1인체제의 재벌구룹에서 오너지시에 따라 움직인 전문경영인까지 처벌했다는 점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돈받고 분식을 눈감아 준 회계사도 함께 구속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숱한 기업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져온 분식회계를 둘러싸고 오너의 하수적 역할을 해온 전문경영인과 이를 방조한 회계감사가 형사처벌의 범위에서 빠질 수 없게 된 것은 투명경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대세라 할 것이다.
물론 재벌총수인 오너와의 관계에서 약자적 입장에 있는 전문경영인이 이같이 사법처리되는 것을 억울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경우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공적자금이 수십조원이나 투입된 상황에서 아무리 오너가 시켰다고해도 장부조작을 통해 은행돈을 빌리고 빼돌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상 전문경영인이지만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같은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사도 엄정한 감사를 외면하고 오히려 기업의 회계조작을 약점잡아 돈을 뜯어냈다면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우사태의 검찰 수사 마무리가 전문경영인 등 관련 임원들의 사법처리만으로 끝난다면 안된다. 분식회계와 거액의 불법대출.비자금조성의 총책임자인 김우중 전 회장을 사법처리에서 제외한다면 이 사건은 깃털만 처벌한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은 15조원 규모의 해외차입금 가운데서 10조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사와 정.관계 로비의혹 등을 밝혀내야하고 대우부실과 관련한 재산추징문제도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 해외에 체류중인 김 전 회장도 사태의 깨끗한 뒷처리를 위해 떳떳하게 자진 귀국해서 검찰조사에 응하는 것이 과거 국민경제에 기여한 공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이와함께 분식회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대출을 한 금융기관 임직원 등에 대해서도 고의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우사태는 국민적 불행이지만 이를 계기로 기업경영과 관련된 불법행위가 원천적으로 발붙이지 못하게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경영인들이 경영잘못에 대해서도 형사처리될 수도 있음을 각성하고 기업의 투명경영을 위한 제도와 환경이 조성된다면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일과성으로 끝난다면 더 큰 재앙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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