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지나치기 쉽다. 오늘날의 부모들은 태교 단계부터 신경을 쓰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육아 관련 서적을 섭렵하며 온갖 정성을 다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 자기 아이만 무조건 제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게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부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과외 문제도 따지고 보면 부모들의 이 같은 이기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식들이 명문대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기대한다. 학벌이 중시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명문대 입학이 세속적인 의미에서는 이미 '절반의 성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한다고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과외(사교육)'라는 변칙 전술을 써서라도 눈물겹도록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끼여들기'나 '속도 위반' 같은 불공정 경쟁도 그런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3, 4학년 학생까지도 중학교 영어·수학 과정을 미리 배우는 '선행학습(先行學習)' 이상 열풍이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으며, 이 과열 조짐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강남의 학원가에는 이미 방학 동안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반, 학기 중엔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공부하는 초등학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으며, 비용은 월 3만~45만원 선이라 한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중학교 3년 과정을 미리 공부하는 이 같은 선행학습 추세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과외 금지 위헌 판결 이후 난립한 학원들이 부추기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이때부터 이미 자녀의 대학 입시 경쟁에 대비하고 있는 꼴이다. 선행학습이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일본에서는 학교와 학원의 공멸을 자초한다고 학원들이 결의한 적도 있지 않은가.
선행학습을 한 학생은 학교 수업시간에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을 배우게 되므로 흥미를 잃을 것은 뻔한 일이다. 이 경우 되레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떠들고 졸아 수업이 차질을 빚는 등 '공교육 붕괴' 현상만 부르게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문제 풀이와 암기에 치우치는 속성 교습은 학생들을 헛똑똑이로 만들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학원과 학부모들의 자제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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