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우 회계조작의 수법

대우그룹의 분식회계에는 일반인은 이해하기도, 상상하기도 힘든 갖가지 교묘하고 전문적인 수법이 총동원됐다.

이른바 '회계조작의 교과서'로 불리는 대우의 분식회계는 그룹의 회계 전문가들과 내로라하는 수십명의 공인회계사들이 만든 합작품.

특히 27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부풀린 (주)대우는 천문학적인 금액만큼이나 기발한 분식회계 기법을 사용, 금감원 직원과 검사들이 분식 여부를 가리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주)대우는 무역.관리부문에서 정상 회계처리돼 있던 부분에 대해 마이너스(-) 전표를 전산입력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 외환차손, 지급이자 등 수십개의 계정을 자유자재로 과대.과소 계상, 97년 한해 동안 이 방법으로만 무려 4조원을 부풀렸다.

국내건설부문에서는 장기미회수나 거래처 부도 등으로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을 비용항목인 대손충당금으로 계상하지 않고 회사의 부실 가능성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의로 누락시켰다.

굴포천 하수처리장 공사, 부산다대포항 배후도로공사, 신문로빌딩 공사 등 2년동안 국내 330여개 공사에 같은 유형의 수법이 동원됐다.

이같은 방법은 해외건설현장에서도 사용돼 리비아 공사 현장에서는 2천억원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에 대해 리비아 재무성과 대금을 감액해주기로 합의했지만 대우는 이를 대손상각비에서 제외했다.

(주)대우는 주식평가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는데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없어 원가법을 적용해야될 계열사의 주식 평가에 지분법을 적용, 1조원이 넘는 투자주식평가 이익이 만들어졌다.

또 3조원의 투자자산처분이익을 영업외수익으로 허위 계정분류하고 이를 숨기기위해 지급이자와 외환차익을 7천억원 상당 허위로 감소시키고 매출원가 및 매출로 대체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주)대우의 분식회계는 모토인 '세계경영'에 발맞춰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주)대우 해외 비밀금고인 BFC 책임자였던 이상훈 당시 국제금융담당 전무는 각종다양한 분식회계 방법으로 회계장부에만 존재하는 자본을 11조원 이상 만들어냈다BFC와 관련된 분식회계는 막대한 액수의 해외차입금을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이 주를 이뤘는데 예금채권, 관계회사 대여금, 선급금 등 자산, 홍콩 무역법인 등 9개 무역법인과 6개 자동차판매 법인을 통해 해외에서 빌린 부채 내역을 재무제표에서 통째로 누락시켰다.

이처럼 재무제표에 기재하지 않은 채 (주)대우가 해외금융기관에서 불법차입한 자금은 97년부터 99년 3월까지 만 2년여간 무려 25조원. 국민의 혈세로 투입된 공적자금 액수를 상회하는 돈이 비싼 이자를 대가로 '밑빠진 독'에 쏟아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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