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가 세상의 화두가 됐다. 21세기는 생명공학이 가장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과연 인간게놈프로젝트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를 바탕으로 한 의학 및 생명공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앞으로 4회에 걸쳐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사람 세포 안에 있는 약 30억쌍의 염기로 구성된 유전체 전체의 염기서열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인간 유전정보가 두가닥 염기로 구성돼 있고 실처럼 꼬여있다는 것이 1953년 왓슨과 클릭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고, 1970년대 초반만 해도 15~20개의 염기서열을 알아내는 것이 한 실험실의 1년 연구과제일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염기의 구성 서열을 밝혀내는 현대적인 방법은 1975년 생거에 의해 개발됐다.
본격적인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1990년부터 2005년을 목표로 시작됐다. 미국의 주도로 전세계 350여개 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해 30억달러라는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됐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98년 셀레라제노믹스라는 회사가 생기면서 독자적인 인간 게놈프로젝트를 수행해 1년만에 끝내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회사가 보유한 장비를 일부 소개하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다. 대당 4억원짜리 자동 염기서열 분석기만 300대를 갖추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계 자체의 돈보다도 기계가 소비하는 시약이다. 염기서열 분석 반응 하나에 1만원 정도의 시약값이 드는데 기계 1대가 하루에 약 500개 정도를 분석할 수 있으니 기계 1대가 하루에 500만원 정도, 그리고 300대면 시약값만 하루에 15억원을 소비한다. 300대의 기계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시약값만 한 달에 약 3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현재 국내에는 이 기계가 모두 26대 들어와 있으며 바이오벤처를 꿈꾸는 대구·경북지역엔 단 1대도 없다. 그나마 26대 중에 제대로 가동 중인 기계는 채 10대도 안된다. 생명공학도 좋지만 기계와 시약을 파는 회사만 돈 벌게 해주는 꼴이 아닐까.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90년대말 공공부문과 개인회사가 경쟁을 하며 더욱 급속히 진행돼 지난해 6월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공부문 책임자인 프란시스 콜린스와 셀레라제노믹스 책임자인 크레이그 벤터와 나란히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음을 선포했다.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 정리가 완전히 끝나려면 아직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 또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결과로 5만~10만개 정도로 추정되는 사람 유전자의 구조는 알아내었지만 현재까지 유전자의 이름이 붙어있거나 기능을 조금이라도 아는 유전자의 수는 1만개 정도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아직 이름조차도 없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결과로 알아낸 것은 겨우 인류를 대표하는 한 사람의 유전자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의 피부색, 머리털, 키나 몸무게 차이, 그리고 심지어 성격 차이나 어떤 질병에 잘 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 등이 모두 유전자 정보에 의해 결정되는데 실제로 이러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다양성을 알아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게놈프로젝트의 성공은 인간이 이룩한 중요한 업적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는 생명현상 중에 0.1%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말이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또 뒤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대구시에서 생명공학을 향후 지역중점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역 사회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시작도 늦고, 정보도 늦고, 재원도 없고, 양성된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시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북대 의대 면역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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