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이회창 총재 대표연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그동안 연두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혔던 입장을 종합, 이를 재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이 총재 연설은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한 뒤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퇴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인 실정 사례와 함께 대안제시에 주력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은 정치권 개혁과 민생정치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역설했으며 이전과는 비교될 정도로 좬국민좭이란 표현을 빈번하게 언급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며 "민의를 왜곡하면서 국회의원을 빌려주는 일이 과연 정도인가. 자신의 정치자금은 모두 합법이고 야당의 자금은 불법이라고 강변하는 게 원칙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모두의 정치자금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제를 도입할 것도 재차 촉구했다.

이 총재는 언론개혁과 관련,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세무조사가 갑자기 시작됐고 이 정권의 실정을 비판했던 언론은 크게 위축됐다"면서 "이는 언론개혁의 이름을 빌려 실제 언론을 위축시키고 제압하려는 것"이라며 세무조사의 중단을 요구했다.

그는 "당신의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는 죽을 때까지 보호할 것"이라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며 "언론의 자유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에 비유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으니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차례"라면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남북간에는 6.25 전쟁과 테러사건 등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과거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김 위원장이 방한해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연설 서두에 "'잘사는 나라, 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해야할 일이며, 우리 정치가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고 국정쇄신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공멸의 정치 속에서 국민에게 버림받고 말 것"이라고 지적, '국민우선(People First)정치'를 거듭 다짐했다.

이런 취지에서 이 총재는 정치분야에서는 '정치자금법' '부정부패방지법' '정치보복금지법' 등을 통한 제도화된 정치개혁을 제안, 정치보복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고 주장했다.

경제에서는 청년실업의 해결을 위해 인턴제 확대, 해외취업시 인센티브 부여 등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고, 중산층 세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제안했다. 또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의 민영화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경제회복 방안을 제시했다.

대북 문제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북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미공조 이상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정부는 공교육부터 정상화시키라"며 "지금과 같이 잘하는 학생도 못하는 학생도 모두 배울 것이 없는 하향평준화에서 벗어나 새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교육재정을 GDP(국내총생산)의 6% 수준으로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끝으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괴테의 시구를 인용, "오늘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여성의 지혜와 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하면서 "행불유경(行不由徑)이라는 논어의 구절대로 "편법을 쓰지않고 정당한 방법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연설을 끝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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