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5일 정쟁과 대립을 일삼아온 여야 정치권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며 '정직하고 투명한 정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당부해 주목을 끌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신년인사차 예방한 민주당 김중권 대표에게 "어려운 때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겠다"고 말한 뒤 "그런데 정치인들이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에 김 대표가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답하자 김 추기경은 "뭔가 다른 것으로 꽉 차 있어서 (국민의 소리가) 들려도 마음으로 듣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추기경은 "다음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당이 실제로 싸우는 바람에 국민들이 볼 때 정치권이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추기경은 또 "얻기 위해선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쪽이고 마음을 비우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면 얻게 된다"며 "위정자들이 자기를 비우고 있다는 느낌을 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은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 '정말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또 "그동안 정치인들이 말을 너무 많이 바꿨다"면서 "나중에 '할 수 없이 바꿨다'고 하는데 민족 전체를 위해서도 우리 사회 가치관이 정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김 대표가 정직하고 투명한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추기경은 김 대표의 요청에 따라 기도를 하면서도 "자신을 버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 추기경은 이 자리에 배석한 김영환 대변인이 가톨릭 신자임을 밝히자 "매일 싸우는 모습만 보이지 말고 앞으로 말할 때는 '신자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김 대표의 김 추기경 면담에는 박상규 사무총장, 이재정 연수원장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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