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얼마전 설 민심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수환 추기경이 김중권 민주당대표에게 한 말은 겉으로나마 상생의 정치를 내세운 2월 임시국회를 앞둔 시점이라는 데서 교훈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추기경은 국민이 정치를 믿지 못하는 것은 정직의 결핍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정치인들이 너무 말을 많이 바꿔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걱정할 정도"라고 평가한 것은 전적으로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역시 새삼스러운 지적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불신이나 신뢰의 상실이 얼마나 큰 타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검찰에서 수사중인 '안기부자금 선거유입문제'도 예산유용이라는 검찰의 발표보다는 정치자금이라는 야당 측 주장을 더 믿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언론기관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의 경우 국세청이 아무리 어떤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해도 이를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불신이 강해서는 특히 집권당의 경우 나라를 다스릴 수 없을 것이다. 올바른 개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은 노벨상을 타신 분답게 신뢰와 믿음의 정치를 만들어 국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추기경의 당부는 정말 시의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김 대표가 화답한 "국민을 잠깐 속일 수 있지만 오래는 못 속인다. 큰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에 우리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리고 "벌써부터 대통령 선거가 시작돼 민생이나 국민은 돌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지적 또한 정치권은 경청해야 할 것이다. 왜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소리를 '안 듣는 것인가' '못 듣는 것인가' '안 들으려 하는 것인가'하는 분석이 있지만 역시 추기경의 지적처럼 '다른 것들로 꽉 차서 들어도 마음으로 듣지 못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이래서는 안 된다. 무엇을 노리면 올바르게 듣지도 보지도 행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려운 것이다.
설 민심에서 나왔듯이 '제발 우리 좀 살게 해달라'는 민초들의 솔직한 소리를 이제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말 얻으려면 버려야 한다. 이것은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이제 여야는 대권을 놓고 경쟁하지 말고 민생을 놓고 경쟁하고 나라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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