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넷박스-엽기열풍 왜 일어나는가

지난 한해동안 네티즌들의 최대 화두는 '엽기'였다. 납량물과 공포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여름철들면서 주요 검색어로 등장한 엽기는 겁없는 토끼를 그린 플래시애니메이션 '엽기토끼'와 구토장면을 담은 '노란국물'로 이어지며 단연 검색순위 l위로 부상했다.

훼손당한 시체를 떠올리는 끔찍스런 사진, 사람과 동물의 신체부위를 합성한 듯한 기괴한 그림들이 사이트를 장식했는가 하면 '허걱'이란 엽기 감탄사까지 생겨났다. 네티즌들의 종회무진 엽기행각은 최근 뱀과 이구아나.전기톱 등의 엽기적 상품을 내건 온라인 이벤트를 등장시킨데 이어 만화.영화.광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엽기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엽기(獵奇)란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기괴한 일이나 물건에 호기심을 가지고 즐겨 찾아다니는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 과거에는 범행이 잔혹하고 충격적인 살인사건 등에서 신문기사의 수식어로나 붙던 '엽기적'이란 표현이 이제는 생각만 해도 속이 매스껍고 역겨운 내용과 현상들까지 자연스럽게 '엽기'란 수식어를 달고 신세대들의 대중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N세대들이 이같은 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엽기가 상징하는 광기와 폭력성에 대한 원초적.심리학적 분석은 바로 왜곡된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이버 문화평론가 민경배씨는 "일상의 권태로부터 탈출하고픈 욕구와 억압적 질서를 파괴하고픈 욕망은 기성세대 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더 강할 수 밖에 없다"며 엽기가 만연하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같은 분석에 공감하고 있다.

파행을 거듭하는 정치, 깊은 수렁에 빠진 경제, 갈등만 더해가는 사회. 오프라인의 질서와 문화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한 온라인의 엽기행각 또한 보다 기괴하고 자극적인 것에 대한 탐닉을 거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네티즌들의 시각으로 보면 잘못된 기존질서나 기성문화가 하나의 엽기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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