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구시민운동장 사제폭탄사건' 폭발물의 주성분이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질산암모늄인 것으로 확인함에 따라 제2, 제3의 모방범죄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폭탄제조법 인터넷 사이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처럼 손쉽게 만든 사제폭탄사건이 발생, 각종 국제행사를 앞둔 대구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북부경찰서는 지난 3일 발생한 사제폭탄사건의 잔류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 분석한 결과 이 폭발물이 질산암모늄(NH4NO3)에 경유 또는 중유를 혼합해 제조한 것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또한 이 폭발물이 투명비닐, 청색테이프, 건전지, 장난감 총알 등을 사용하고 불완전하게 폭발한 점으로 미루어 전문적 기술이 없는 아마추어가 조잡하게 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지난 99년 규제완화조치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상 위험물인 질산암모늄이 '비유독물질'로 풀린 이후 대구시내 300여 군데의 화공약품상(등록 122, 미등록 180) 어디에서나 신원·구입량을 대장에 기재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질산암모늄 계통의 요소비료를 비롯, 부탄가스 등 생활주변에 흔한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폭탄 제조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무분별하게 나돌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폭탄 제조 그림까지 동원, 전선과 건전지, 시계 등을 이용한 디지털 타이머 작동법을 소개하고 폭발물 재료 구입법과 설치 장소 등을 알려주고 있어 1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비전문가들도 손쉽게 위협의 수단, 실력과시용, 시험용, 장난 등으로 사제폭탄을 제조할 경우 예상치 못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경찰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와 서적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폭탄 제조법을 다루고 있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폭탄을 만들 수 있다"며 "올해 JCI 아태대회를 비롯, 2002 월드컵과 2003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줄잇는 국제 행사를 앞두고 폭탄테러에 대한 비상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81년 10월 중구 삼덕동 금복주 사장집에 폭탄을 터뜨리고 금품을 요구한 범인들이 사건 발생 65일만에 붙잡혔고, 83년 9월에는 대구 미문화원 앞에서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테러로 고교생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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