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직 무적자 급증 대비책 서둘러야

은행에 근무하고 있다. 최근 실직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많다보니 딱한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 중에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도 많은데 이것은 선량한 시민을 졸지에 무적 국민으로 만들어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국가적 보호조차 못 받게 한다.

이것은 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주민등록 말소는 동사무소 직원이 해당자가 거주지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직권말소 하도록 돼 있다. 실제 사는지 안 사는지 현지조사를 해보고 최고장과 통지서를 보내는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고 한다.

빚에 쫓겨 나가 있으니 집에 돌아올 리가 만무한데 이 기간동안 채권자나 사채업자, 은행들이 주민등록 말소를 부추긴다.

즉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집을 비우면 동사무소에 해당자가 살지 않는다고 신고하고 주민등록 직권 말소를 요구한다. 그러면 동사무소는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조사하고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채권자인 은행이 법적 절차를 취하면 법원이 공시를 송달해야 하는데 사람이 살지 않으니 송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면 법원은 제출 서류에 반드시 피고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등본을 첨부하도록 요구하고 채권자는 자동으로 동사무소에 주민등록 말소를 요청해 결국 빚 때문에 집 비운 사람은 졸지에 무적 국민이 되는 것이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최소한의 국민 기초생활 즉 의료보험과 금융거래가 안되고 재취업도 못한다. 생보 대상자에도 못 든다. 최소한의 국민적 대접도 못 받는 것이다. 정부에서 그냥 앉아 있을 게 아니라 IMF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이라도 주민등록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이다.

김선강(대구시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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