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DMZ, 생태계의 보고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DMZ를 접경생물권 보전지역(TBR)으로 지정받는 방안을 추진토록 하라"고 지시하고부터 TBR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인간과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키 위해 전 세계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뛰어난 지역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두 나라 이상의 영토가 맞 닿은 보전지역을 특히 TBR로 선정, 집중관리 하고 있다.

TBR로 지정될 경우 유네스코가 나서서 다양한 생태계를 직접 보전관리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개발 억제와 함께 세계적인 생태 관광명소로 부각되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된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남북이 DMZ를 공동관리함으로써 남북화해의 물꼬를 이곳에서부터 틔울 수 있는 이점 또한 없지않다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겨우 5곳이 지정될만큼 TBR 선정은 까다롭다. 그럼에도 유네스코가 DMZ를 TBR로 지정할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만큼 우리의 DMZ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강원 고성군의 동쪽 바닷가에서 인천 옹진군의 서해안까지 248㎞, 너비 4㎞의 2억7천평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해도 1천194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이중 세계적 희귀종인 선비먼지버섯 등 국내 미기록 동식물 9종과 희귀 동식물 88종이 눈에 띈다. 지역적으로 보면 건봉산 일대의 선비먼지버섯, 산양, 금강모치 향로봉 일대에는 부채붓꽃, 가칠봉의 금강초롱, 철원평야의 두루미, 천덕산에는 우단하늘소가 분포돼 있다.

또 임진강의 금개구리 서식, 옹진반도의 물범 서식 등 동강난 한반도의 철조망 사이 비무장지대에서 이처럼 희귀한 생물들이 풍성하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이었다. 이번 김 대통령의 TBR 관련 발언에 우리가 관심을 갖게되는 것은 이미 이곳을 두고 장삿속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공원개발을 해서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조건을 내세우더라도 결국 '개발하기 보다는 자연 스스로에 그대로 맡겨놓는 것이 최상의 자연보호'임을 DMZ의 생태계가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인 희귀 동식물들이 여기서 명맥이나마 유지할 수 있게끔 TBR 지정이 한시바삐 이뤄졌으면 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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