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相生의 새 정치를

정치가 가닥을 잡지 못한채 헤매고 있다.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묶고 뜻을 합치면 헤쳐나가기가 한결 쉬울텐데 어찌된 셈인지 저마다 제할 주장 다하고 남의 얘기는 아예 듣지도 않으려드니 갈등은 증폭되고 정치는 국정을 주도하기는커녕 겉돌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정치에는 다른건 몰라도 나와 너를 묶어서 '우리'라는 공동체로 녹여내는 지혜는 없는 것만 같다. 어려운 때일수록 "내 입장은 이러 이러한데 그쪽 얘기를 듣고보니 그도 그렇군요. 그러니 우리 이렇게 문제를 풀어나가면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대화하고 설득하다보면 얽히고 설킨 매듭도 풀리게 돼있는게 세상 이치다.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정치에는 마음을 비우고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이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봄) 하는 대화 자체가 없다.

최근들어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기만 할뿐 수그러 들지않고 정치는 가닥을 잡지 못한채 죽기살기식의 제로섬 게임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야가 모두 대화를 외면하고 일방적인 '통치'와 '투쟁'으로 시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되풀이 되는 '필살의 정치'

지금의 여당 사람들이 3년전 야당 시절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사사건건 맞서다가 수의 횡포에 밀려 꼼짝없이 당하기만 하던 그때의 그 황당했던 심경을 기억한다면 오늘날 이런 식으로 야당을 맞받아 치면서 '강한 여당'을 부르짖을 염치가 있을까.

한나라당 또한 여당 노릇하던 그 때 다수의 힘을 빌려 야당을 밀어붙이면서 그들에게 수모를 주던 그 모습을 떠올린다면 지금처럼 그렇게도 야멸찰 수는 없으리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원래 정치에는 절대 선(善)의 존재란 있을 수 없다. 상대방과 물고 물리고 하는게 정치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나는 천사지만 너는 악마'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매도하고 자화자찬 함으로써 대화의 길을 스스로 막는 것만 같다.

◈갈등만 부르는 제로섬 게임

이래서는 대화에 따른 상생(相生)의 정치는 커녕 필살(必殺)의 정치만 존재케 될뿐 일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지난 3년간의 치적을 보면 현 정권이 크게 깨끗했다는 생각도, 또 능력있는 정부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틈만나면 집요하게도 "너희들 돈 먹었지?", "아니 절대 안먹었다"식의 유치한 정치공방만 끝없이 되풀이 하는걸로 미뤄볼때 검찰의 칼날로 정국을 주도하는 이른바 사정(司正) 만능형 정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슬며시 갖게도 된다만약 여당의 주장처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 예산을 멋대로 썼다면 백번 단죄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과거에 그랬듯이 이를 앞세워 야당을 억누르고 국정을 전단하려든다면 지탄받아 마땅할 일이다.

◈'역지사지'의 자세 가져야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좋은 정치가 가능 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근래들어 '강한 여당'을 내세워 야당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상생(相生)의 정치와는 동떨어진 구시대적 발상임을 덧붙인다.

여야는 지금 나름대로 민심을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러나 민심이란 억지춘향격으로 치적을 PR하고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고 해서 금세 호락호락 끌려오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위적인 치장보다 백성을 두려워할줄 아는 마음, 백성의 소리가 곧 하늘의 소리임을 알고 겸손 할줄 아는 지혜가 있는 곳이라야 밀물처럼 몰려든다.

그게 민심이다.

여야는 지루한 정치 공방을 계속하기전에 먼저 국민이 자신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부터 한번 되돌아보라.

그런 연후에 어떻게 정치를 해야할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국민의 마음을 얻은 정부, 수십년이 지나도 이 백성들이 "그때가 좋았었지…"하고 기억하는 정부, 그런 정부가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이지 야당이나 깨박살 내는 것이 강한 여당이 아님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대화 정치의 문부터 열라. 신춘을 맞아 백성 두려운줄 아는 정치, 상생의 정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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