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성 대약진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신의 책 '제2의 성'에서 이렇게 적었다. '세상과 인식의 주체는 남성이다.

여성은 남성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여성이 남성의 종속적인 객체 즉 제2의 성이라며 여성의 처지를 지적한, 어떻게 보면 남성의 우월적 지위를 반격한 것이다.

1949년의 일.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 여성의 지위는 크게 변했다. 1900년대에 세계각국 여성들의 정계.재계.사회 등 각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여성지위는 호주제(戶主制)를 주장할 정도로 신장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유림측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까지 벌일 정도이고 보면 일단 여성들의 기본권 확립은 세계각국에 비추어 봐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전문직 여성들이 이제는 가장 좋은 남편감으로 단순하게 자유시간이 많은 남성을 제격으로 친다는 경향도 종래까지 여성들이 유망한 직종의 남성을 선호한 사고(思考)의 변화와 함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훨씬 넓어졌다는 방증이다.

대졸 여성들의 취업전선에 큰 변화가 왔다고 한다. 남자들과 당당하게 경쟁을 벌여 현대.삼성 등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확보한 비중이 높아져 2년만에 2배로 늘어나 그만큼 남성들의 취업전선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10여년전만 해도 여성대졸자의 신입사원은 비서실 등의 가뭄에 콩나듯 극소수였던 것에 비하면 '혁명적 변화'다.

그동안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입사 추천서를 여대생에게는 아예 배부하지 않거나 면접을 허용해도 불합격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특히 교직에 몰렸던 여성인력이 이제는 금융 등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여러 분야에 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커뮤니케이션 중 설득 커뮤니케이션 분야라고 한다. 광고대행업체나 홍보업체는 여성인력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인 '여성파워'가 고객들에게 설득(說得) 업무를 추진하는 셈이다. 그만큼 남성사원들의 '설득'은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추세와는 달리 좀처럼 길을 열지 못하는 정치계에도 여성들이 길을 넓혀 남성정치인들의 비이성적인 행태(行態)를 제어하고 설득하는 바람직한 정치풍토 수립이 새삼 떠오른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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