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꼬마가 공룡의 종류를 외는데 그 분류 기준이 육식과 초식이다. 이건 육식 공룡, 이건 초식 공룡 이런 식이다. 그림을 봐도 초식 공룡은 온순하고 육식 공룡은 광폭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초식 공룡은 꼭 초식만 하고 육식 공룡은 꼭 육식만 해야하나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원래 그런 거란다. 원래 그런 거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일 텐데 알고 보면 자연속에서 그렇게 적응해 온 과정의 결과일 것이다.
그런 오랜 기간의 산물로 사자는 육식동물이다. 피 묻은 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산다. 이런 사자에게 풀을 아무리 많이 먹여도 그 사자는 비쩍 말라 죽어버릴 것이다. 원래 그러니까. 반대로 풀만 먹어야 사는 동물이 있다. 그런데 그런 소에게 소뼈를 갈아 먹이고 고기를 먹여보니 잘도 자란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가 미쳤다 해서 광우병이란 말이 생겼다.
생태계의 자연스러움을 어긴 인간의 죄가 어디 한 두 가지겠냐마는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시키고 갯벌을 막고 강을 막고 유전자 복제를 해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어긴 것은 많다. 이제 그 자연의 보복을 처절하게 받고 있는 지 모르겠다.
일상사가 매한가지다.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고 하며 '억지로' '빠르게' 그리하여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는 성공사례들은 더 많은 희생자들을 제압했다는 정복감만을 부추긴다. 늘상 하는 말이 바빠서 미치겠고, 일이 안되서 미치겠고 아들놈 성적이 안 올라 미치겠고, 돈이 없어 미치겠다는 말이다. 물론 나도 이런 일 때문에 미치겠지만 광우병 생각을 하면 차라리 순리에 맞게 조금씩 천천히 살며 자연의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 그 한계를 느끼는 일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대구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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