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부양대책의 일환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대폭확대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는 최근의 경기침체가 자금시장의 불안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의 수요기반 확대책으로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더욱이 미국과 영국이 상장주식 시가총액 중 연·기금 비중이 각각 24, 3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증시가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좌우되는 냄비장세의 성격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특히 자본과 경영의 분리라는 선진자본주의를 괘도에 올려놓는데도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대폭적 증시참여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재경부의 발표대로 현재 총자산의 11%인 8조원 수준의 연기금 주식투자규모를 2~3년내에 20%선인 25조원규모로 확대한다면 증권시장은 상당한 부양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 연말 정부의 증시대책에 따라 유입된 약 2조원의 연·기금자금이 종합주가지수 500선의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도 그같은 효과를 기대케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번 지시만으로도 한국은행의 콜금리인하와 함께 벌써부터 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효과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나타날지는 속단할 수 없다. 증시의 부양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는 등 펀더멘털이 개선될 때 가능한 것이지 단순히 자금공급을 늘려 수요를 확대하는 방법만으로는 안된다.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우리 증시에는 수익금으로는 부채이자도 갚을 수 없는 기업들도 숱하게 상장돼 있는 마당에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증시투자는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기업·금융의 구조조정을 지연하면서 연·기금을 쏟아붓는다면 일시적 부양효과는 가저올 수는 있을지 몰라도 돈만 날리게 될 수도 있다. 국민의 노후생활이 걸린 연·기금이 손실을 입는다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우리 보다 증시가 안정된 선진국에서도 무조건 주식를 확대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안전기금은 모두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도 그같은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선별적으로 기업이나 개인 연금 등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자금에 대해선 해당 연·기금 운영자의 자율적 책임하에 주식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은 권장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기금운영시스템에 주식투자의 전문성도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덮어놓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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