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마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학교 경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살리는 반면 사학(私學)의 자주성과 자율성, 설립자의 건학 이념 등을 희석시키거나 왜곡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아 우려된다.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주고, 비리 임원의 법인이사 복귀를 사실상 금지하며, 사립학교 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시키고, 회계전문가를 감사와 공익이사를 두도록 의무화하는 것 등이 그 골자로 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들이므로 뜨거운 논란도 예상된다.
사립학교도 공공성이 중시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국·공립 학교와 다를 바 없다. 그간 사학 비민주적 운영과 부패상이 공교육의 뼈대를 흔든다는 지적도 비등했었다. '족벌 경영'이란 말이 대변하는 갖가지 비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교원단체·학부모단체들이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재로 학교를 설립해 공교육을 하는 학교법인의 사유재산권과 자율권을 규제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학측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부분이 있다. 일부 비리 사학을 문제 삼아 전체를 대상으로 제약을 강화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설립자나 운영자의 건학 이념 등 사학의 특성을 인정해 주고, 자주성과 독립성을 살려 주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 않은가.
더구나 이번 개혁법안은 사립학교의 근간을 크게 바꾸면서도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 사학 척결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주장만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학측의 견해나 주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사학측이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지난 1980년 이번 개혁안과 비슷한 사학 쇄신책이 나왔으나 그 10년 뒤인 1990년 사학 활성화를 위해 지금과 같은 법체제로 환원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도 사학 비리 척결과 족벌체제를 지양하기 위해 단행한 개혁이었으나 결국 그 이전으로 돌아간 까닭은 어디에 있었던가. 그런데 지금 다시 10여년만에 일부 사학들의 전횡과 비리 때문에 설립자와 재단을 무력화시키는 개혁을 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태우고, 사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사학이 위축되면 교육이 위기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과연 이번 개정안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결과를 낳지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는 무엇보다도 중시돼야 한다. 국회 처리 과정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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