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드라마 '요리'바람

최근 TV 드라마에 '요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MBC의 새 드라마 '맛있는 청혼'은 두 중국음식점을 무대로 요리를 통해 일과 사랑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아줌마'의 오삼숙(원미경)은 이혼한 후 요리학원에 등록, 식당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온달 왕자들'의 네 형제 중 맏이인 시광(허준호)은 실직 후 요리사가 돼 재기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얼마전의 KBS '눈꽃'과 SBS '꿈의 궁전'도 고급 레스토랑을 무대로 한 드라마였다.

드라마에 부는 '요리 바람'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요즘의 문화적 취향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인다.

이전의 경우 '요리는 여자의 일'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집과 음식점 할 것 없이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었으며 '요리' 자체에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요즘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미각을 만족시키는 것이 일상적 행복의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의 음식도 다양하게 들어와 메뉴가 훨씬 풍부해지고 있으며 온갖 종류의 '마니아' 중에서도 '음식 마니아'들이 폭넓고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당연히 '요리'는 중요한 행위이며 '요리사'도 사회적 대접을 받고 있다.

또 하나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 출발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요리'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혼이나 실직 등으로 새로운 생활과 마주쳐야 할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요식업'인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IMF 이후 가장 많이 생기고 없어지는 것 중 하나가 '식당'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요리'가 하나의 모티브로 작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맛있는 청혼'이 직업 전문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어 요리의 세계를 얼마나 깊이 표현할 지 주목된다. 드라마의 '요리 바람'은 사회적 현실의 반영이란 점에서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드라마 방영후 요리학원의 수강생이 늘고 있다지만 요리에 대한 관심은 이미 이전부터 폭넓게 모아져 있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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