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곽수일칼럼-문화가 경제를 바군다

한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을 몇개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첫 단계가 빈곤을 탈출하기 위하여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문화나 예술 보다는 경제부흥에만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어느 정도 나라가 발전하게 되면 관심이 문화나 예술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그에 걸맞은 생활을 추구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발전과 더불어 문화의 수준도 발맞추어 성장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경제만 앞서서 가다 보면 삶의 질을 따지며 불평하는 국민들도 생겨나게 된다. 이와 반대로 경제는 빈곤하지만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하는 국가들도 있다.

바로 동구권의 헝가리, 체코등이 여기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이들 동구권 국가들은 구소련의 지배하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50년간 유지한 결과로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휠씬 뒤져있지만 찬란한 전통과 문화는 그대로 명맥이 유지되어 왔다. 그 결과로 오늘날 경제적으로는 궁핍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을 방문할때 느끼는 것은 이들이 시장경제로 전환하에 경제성장을 시작하면 우리보다 어쩌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경제발전과 문화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경제와 문화를 균등하게 발전시키기 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경제발전에 매진한 느낌이다. 즉 경제발전에 모든 노력을 들인 결과는 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90년대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이룩하는 과업을 이루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면 우리의 생활문화도 많이 바뀌었을 것을 기대한 국민들에게는 실망이 늘어나는 생활의 모습이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면서 자가용도 가져보고 여름휴가도 즐겼지만 어딘지 생활속에서 교통체증만 늘고 공해만 증가하여 생활환경이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지는 느낌만 늘어나게 된다. 결국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성취하면서도 국민들이 한 이야기는 소득 1만달러의 생활이 뭐 이래 하는 것이다.

이는 단적으로 우리의 발전이 경제적 발전에 치중하여 가난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지만 생활의 질적 측면에서는 문화적 발전의 측면이 부진함에 따라 생활의 풍요를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은 감정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국민소득 1만달러에 상응하는 생활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발 전에 걸맞은 문화의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문화를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획일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예로 여름 휴가중 제주도를 가던 설악산을 가던 관광기념품 상점의 상품들은 어찌나 그렇게 똑 같은지, 대나무로 만든 효자손에서부터 똑같은 볼펜에 장소명만 바꾼 것이다. 심지어는 설악산에서 제주도 돌하루방을 전시하여 놓은 것을 보면 우리의 생활문화가 얼마나 답보하였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경제발전이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한 부의 창출이었다면 앞으로는 생활의 질을 높이고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문화를 창출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국민이 만족하는 발전이 있고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겠다. 특히 문화의 개념을 예술활동에 한정하기 보다는 생활속의 의식주 문화부터 폭 넓게 정의하는 경우 앞으로 경제의 발전은 문화의 발전이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우리 모두가 문화활동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문화활동을 위하여 음악 연주회나 미술 전시회를 가보면서 각자의 감성을 풍부히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색조와 특색있는 패션을 생활속에서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개인의 발전 뿐만 아니라 경제의 경쟁력으로 승화될 것이다. 문화가 경제를 바꾸는 시대가 되었음을 모두가 음미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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