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 게놈프로젝트-유전자 자원의 확보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사람은 4만~10만개의 유전자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숫자는 인간 게놈프로젝트 데이터가 완전히 정리되는 2003년쯤이 돼야 알 수 있다.

세포 하나 하나가 모여 사람이 되는데 각 세포의 핵 안에는 30억쌍의 염기로 이루어진 10만개나 되는 유전체가 모두 보관되어 있다.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 인간의 유전자 활동을 이해하는 기초자료로 제공하려는 것이다.

만약 게놈프로젝트 결과 얻어진 막대한 분량의 유전정보가 특허로 보호될 경우 후속 연구는 권리를 가진 특허권자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한된 유전정보를 선점한 국가가 21세기 생물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며, 유전정보를 축적하지 못한 나라는 기술선진국에 예속되고 만다.

한정된 유전자 자원과 특허권 확보는 모든 나라에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게놈프로젝트의 이면에는 유전자 자원과 특허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인간 게놈프로젝트와 별도로 암유전체분석사업(CGAP)을 준비해 사람의 모든유전자 확보에 나섰다.

현재까지 미국내 공공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람 유전자 클론의 수는 200만개가 넘으며 유전자 종류로는 약 8만종이 넘는다.

이와는 별도로 인사이트라는 개인회사는 약 300만개의 사람 유전자 클론을 확보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다국적 제약회사에 고가의 접속료를 받으며 팔고 있으며, 유전자 칩을 제작하여 1만개의 유전자가 찍혀있는 반도체 메모리칩 크기의 유리판 1장에 500만원 이상을 받고 팔고 있다.

유전자 자원은 그 자체가 고가 정보일 뿐 아니라 그것들을 특허로 묶을 수만 있다면 장차 그 유전자를 활용한 모든 분야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지금은 셀레라제노믹스의 사장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지난 94년 타이거연구소(TIGR) 소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약 40만개의 유전자 단편 (EST) 전체에 대한 특허를 신청,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나서 이를 저지하려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유전자의 기능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유전자 단편에 대한 정보만으로는 특허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우세해 결국 특허출원이 거부됐다.

그러나 지난98년 인사이트사는 인산 카이네즈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 전체에 대한 대량의 특허를 얻어내 다시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미국 셀레라 제노믹스와 인사이트 두 유전정보회사는 수천 건의 인간유전자 특허를 출원 중에 있다.

유전자 정보 특허가 본격화되면 국내 제약업체와 대기업 그리고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생명공학 벤처기업들도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인간 유전자 확보 수준은 지난해 마크로젠이라는 회사가 생기기 전까지 경북대 의대 유전자은행이 확보한 1만여개(약 3천여종)가 유일한 것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인간유전체 연구사업단이 발족돼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투자할 계획인 것이 공공연구 투자규모로 가장 큰 것이다. 선진국의 체계적인 게놈연구 기관과는 규모나 성격이 다르고 투자규모도 적어 결코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진 특허는 전세계의 0.5%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기술력이 선진국의 80%를 따라왔다고 하지만 냉정히 말해 앞으로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0.5%밖에 되지 않는다.

생명공학 분야는 특히 지식 집약적인 산업으로 특허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며 2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지난 84년 미 생명공학회사인 GI사는 연간 10억달러 시장을 갖는 조혈단백질(EPO)의 물질특허를 얻었다가 암젠사와의 법적 소송에 휘말렸었다.

GI사가 단순히 물질만 추출해 특허를 얻은 반면 암젠사는 DNA 서열을 규명, 수년간 법정싸움 끝에 승리했다.

암젠은 현재 미국 생물산업계의 선두에 있고 GI사는 후발업체로 전락했다.

운명을 가르는 유전자연구가 한 기업의 일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하다.

김문규교수(경북대 의대 면역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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