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차기를 노리는 단체장들의 움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대부분 현직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한 주민접촉이 '통상적 업무의 범위'를 모호하게 할 정도로 늘었으며, 고유업무보다 자신 위주의 홍보와 은근한 선심공세, 사실상 선거체제의 직원인사 등이 벌써부터 뒷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선거를 1년 이상이나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선, 3선을 노리는 현직들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불공정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며, 중앙 정치권 못지않게 지방자치 역시 민생보다는 '잿밥'에 더 신경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0..주민접촉
대통령 연두순시를 흉내낸 일선 읍.면.동 순시가 대표적. 현직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의 의혹이 가장 큰 움직임이다. 대구시내 8개 구.군 자치단체장은 지난 연말부터 수십일씩 동네 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실상 업무보고보다는 주민간담회가 주 목적이다.
달서구청장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1개동, 중구청장은 1일부터 9일까지 13개동, 동구청장은 12일부터 23일까지 20개동, 서구청장은 2일부터 22일까지 17개동, 수성구청장 23개동을 순시를 했거나 하고 있다. 경산시장은 10일부터 이달말까지 14개 읍면을 돌며 주민 50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간담회에는 관변.민간단체, 주민 등 동별 40~50명이 참석하며 일부 구청은 수십.수백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써가며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경산시장은 이와 함께 매년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시정보고회를 제작비 수천만원의 홍보물을 상영하며 가질 예정이다.
지난 한주동안 한 구청장은 노인대학 행사에 4일, 새마을금고 행사 이틀동안 3곳, 청소년 행사 2곳, 여성단체 행사 1곳에 참석하는 데 대부분의 일정을 보냈다. 단체장들은 오전 8시무렵 출근해 간부회의, 결재 등 기본업무만 1, 2시간 챙긴 뒤 대부분의 시간을 외부행사에 할애하고 있다. 한 구청장은 지난 한 달동안 초청이 없는 중.고등학교 동문모임, 불우시설 위문방문, 민간단체 행사 등 20개 안팎의 행사에 참석했다.
0..변칙홍보
매달 한차례 내는 소식지의 단체장 등장은 기본. 한 구청은 올해 소식지 발행부수를 6만부에서 9만부로 늘렸으며 예산도 8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증액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도 경쟁적이다. 대부분 구청이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일부 구청장은 홈페이지에 사진과 약력, 인사말을 올려 자신을 은근히 선전하고 있다.
모 구청장은 지난 99년 11월부터 3개월마다 케이블방송을 이용한 TV화상회의도 열고 있다. 구청장이 간부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 전화로 주민들을 상담하며 구정 홍보를 이용한 자신의 치적 과시 일색이다. 또 다른 구청은 올해 지역 인터넷방송과 1천만원에 가까운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0..선심행정
한 구청의 경우 문화.노인.청소년회관 등이 하나씩 있는 것도 모자라 노인회관 추가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모 구청은 올해 체육행사를 국제대회 수준으로 개최할 계획으로 예산을 두배 가까이 증액했으며 지난해 1억5천만원을 들인 축제도 올해 행사경비를 1억원 추가 편성했다.
또 50억원의 빚까지 내 300억원 규모의 문화체육회관을 올해 짓는다. 한 자치단체는 98, 99년 2년간 쉰 축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시하고 지난 정월대보름민속놀이 예산에만 1천200만원을 편성했다.
한 구청장은 지난 설 명절때 구의원 13명에게 민속주세트를, 또 다른 단체장은 민간단체 등에 술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0..인사
한 단체장은 과거 지방선거때 참모역할을 한 인사를 주위의 반대에도 99년 7월 6급 계장으로 승진시킨데 이어 1년 반만에 5급격인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이 인사는 내년 선거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내부 비난을 낳고 있다.
또 민선자치단체장 출범이후 공보, 기획, 총무 등 중요성이 커진 핵심부서에 최근 일부 지자체장들이 고향.특정고 출신이나 측근들을 조기승진, 자리바꿈 등을 통해 배치, 사실상 선거체제 짜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벌써부터 모 단체장의 출신지 지역 유지들은 최근 고향 출신 특정 공무원을 승진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지역 출신 공무원들도 사조직을 통해 단체장을 지원하는 전위대 역할을 자원, 갖가지 잡음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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