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 담그기

장 담그는데 좋은 말(馬) 날이라는 12일. 대구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달려 칠곡군 북삼면 숭오2리에 닿았다. 금오산 자락의 공기 좋고 물 맑은 자그마한 마을. 전통 장을 담그느라 여인네들의 손놀림이 바빴다. 장독 마다에는 메주와 소금물만이 아니라 "올해도 장맛이 좋아라" 기원하는 마음까지 담가지고 있었다.

◇조상의 지혜가 필요한 장담그기

올해로 4년째 전통 장을 담그고 있다는 '숭오된장' 대표 김옥순씨는 장맛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장을 적게 먹고 소금간을 많이 쓴다지만, 예로부터 장 담그기는 일년 중 집안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고 했다. 장을 잘 담가야 한해가 편하다고 할 정도로 장맛을 중시해 왔다는 것.

김씨는 메주 역시 '순토종'을 쓴다고 했다.

손수 농사 지은 우리 콩을 가마솥에 삶아 '고지' 나무틀에 넣어 만든 것. 장 담그던 선조들의 과학적인 지혜가 새삼스럽다고도 했다. "남의 집 장독대에는 함부로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는 옛말이 일리가 있다"는 얘기. 균에 의해 발효·숙성되는 특성상 장에 잡균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조들은 장독에 금줄을 쳐 잡귀마저 쫓았다.

◇진중한 정성

장은 음력 정월에 담근 것을 으뜸으로 친다.

쌀쌀한 날씨에 담가야 맛이 변하지 않고 날씨가 풀리면서 골고루 익어 감칠맛이 나기 때문. 김씨로부터 전통 장 담그는 법을 들어 봤다.

△장독 준비=장독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 내고 햇볕 소독을 해놓는다.

옛날엔 신문지에 불을 붙여 장독 안을 살균하기도 했다.

하지만 까딱 뜨거운 기운 때문에 장독에 금이 갈 수 있다.

김치를 담가 뒀던 장독은 냄새가 나므로 피하는 게 좋다.

△메주=장맛을 좋게 하는데는 잘 띄운 메주를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밝은 갈색빛이 나고, 속은 너무 검은 것 보다 콩이 노랗게 보이는 것에서 장맛이 잘 난다. 4인 가정 기준으로 메주 반말이나 1말 정도면 적당하다.

장으로 담그려면 씻어 햇볕에 말려 둬야 한다.

△소금물 풀기=장 담그기 하루 전날 물 1말 당 소금 3되 비율로 풀어 침전물이 바닥에 가라앉은 후 사용한다. 간수가 그대로 있으면 된장이 써질 수도 있다.

더 잘 하려면 소금을 일년쯤 전에 준비해 둠으로써 간수가 저절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소금물을 풀 때는 소쿠리 등에 소금을 담아 물을 부으면 자연스레 녹아내린다.

천일염을 쓰는 게 좋다.

△장 담그기=장독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체에 밭쳐 붓는다.

메주 1말에 물 2말 비율이면 된다.

날계란을 띄워 동전 크기 만큼 떠오르면 농도가 맞다.

숯, 붉은 고추, 대추 등을 띄운 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베보자기로 덮는다. 볕이 좋을 때 뚜껑을 열어 줘야 한다.

△간장과 된장 가르기=장을 담근지 45~50일쯤 됐을 때 간장과 된장을 분리한다. 간장은 맛이 변질되지 않도록 달이는 경우가 많지만,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안 달이고 놔두는 게 더 맛있다.

된장은 메주 덩어리를 으깨 간장을 부어가며 농도를 조절한 뒤 꾹꾹 눌러 담가 둔다. 6개월 정도 숙성시켜 먹으면 맛있다.

메주 냄새를 싫어하면 된장을 버무릴 때 메주가루를 섞지 않는 게 낫다.

△아파트에서의 주의점=장맛을 좋게 하려면 좋은 햇볕과 공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파트에서는 햇볕이 잘 안들고 공기가 차단돼 곰팡이가 피는 등 숙성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창문을 자주 열어 바람이 통하도록 하고, 햇볕이 잘 들도록 신경을 써야 장맛이 좋아진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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