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면통한 질병치료 전생요법 논란

"생각을 집중하세요. 뭐가 보입니까" "돌로 만든 탑이 보이는데요…"

"당신은 전생에 '돌탑'이었습니다"

12일 오후 대구 중구 약전골목 모 한약방. 이른바 '전생요법'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이곳을 찾은 김모(28.남구 대명7동)씨는 자신이 전생에 돌탑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황당해 했다. 1시간 전 이곳을 찾은 김씨는 '전생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와 물소리에 귀를 잔뜩 기울인 채 전생요법 시술자의 지시에 따라 꽃밭, 들판, 산 등의 장소를 무의식속에서 옮겨다녔다. 시술자는 김씨가 연인에게 고백을 하게 돕는 등 김씨 자신이 평소 간절히 원하거나 두려워하던 일을 정면으로 부딪쳐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방법으로 전생체험을 진행시켜 나갔다.

최면에 걸린 환자를 '전생'으로 퇴행시킨 가운데 '암시'를 걸어 '현세'에서 겪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는 게 전생요법 시술자의 설명이었다.

이같은 전생요법으로 환자를 시술하는 곳이 대구시내에 3~4곳이 생겨나면서 효험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의 한 교수로부터 전생요법을 전수받았다는 이들 시술자들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며 한번에 10만원의 진료비를 받고 있다. 반면 의학 전문가들은 "최면에 빠진 환자는 근육 이완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얻으면서 일정한 치료효과를 보지만 최면을 매개로 한 전생요법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정신과 김형배 교수는 "평소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전생이라는 강한 '암시'를 받으면 오히려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전생체험에 너무 탐닉하면 현실생활이나 인간 관계를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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