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악 인터넷 무료 다운로드 위법

미 연방 샌프란시스코 제9 순회 항소법원은 12일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냅스터'에 대한 항소심에서, "냅스터가 온라인 가입자들에게 저작권 음반을 공짜로 다운로드 받게 해 준 것은 위법"이라며 즉각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또 냅스터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MP3 파일에 저장된 저작권 음반을 교환하는 가입자들에 대한 링크를 제거토록 명령했다. 그러나 1심과 달리 즉각적인 사이트 폐쇄 판결은 내리지 않았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패널은 "사이트 폐쇄 명령을 내렸던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은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 저작권 보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춰 이를 재심하라면서 사건을 돌려 보냈다. 이로써 냅스터는 지방법원이 폐쇄명령을 재심할 때까지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소송 일지=4개 메이저 음반사들이 1999년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에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하자, 연방지법은 작년 7월 "2000년 말까지 냅스터 이용자가 7천만명에 달하게 돼 음반사 피해가 크다"며 사이트 폐쇄명령을 내렸었다.

그러나 냅스터측은 "애호가들에게 여러 음악을 들어 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음반 판매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운 받는 사람들도 상업용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항소했으며, 항소법원은 이 명령을 유보시킨 뒤 심의를 계속해 왔다.

△반응=냅스터는 성명을 통해 "법원판결이 실망스럽다"며, "이런 판결 아래서는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상고하거나 의회가 해결토록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음반업계와 냅스터가 법정밖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냅스터를 고소했던 음반메이커 중 하나인 독일 BMG의 모회사 베르텔스만은 작년 말 냅스터에 3천만∼5천만 달러를 출자해 일정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냅스터가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할 경우 소송을 취하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냅스터와 베르텔스만은 독일의 에델 뮤직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아냈으며, 미국의 최대 독립 음반회사인 TVT 레코드는 지난달 26일 15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 하기까지 했다.

베르텔스만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저작권자의 합법적 권리와 냅스터 이용자들의 중요한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또 "예술가·저작권자·음반업계 등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냅스터 이용 음악 애호가들이 최상의 음악 파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윈-윈 전략을 추진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판결의 의미=냅스터가 설립 약 2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항소법원 명령은 냅스터에 대해 사실상의 '사형선고'나 다름 없기 때문. 항소법원은 냅스터에 대한 1심 예비 폐쇄명령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로 음반업계는 400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손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냅스터 등 음악파일 배포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냅스터 폐쇄로 유저들이 뉴텔라, 프리넷, 스카우어 익스체인지 등 다른 사이트로 몰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으나, 역시 저작권 침해 제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냅스터=샌프란시스코 만 남동부 레드우드 시티에 있으며, 1999년5월 한 대학 낙제생이 설립했다. 개인 사용자간 콘텐츠를 중계하는 피어-투-피어(P2P) 방식으로 음악 파일을 배포, 이미 5천7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약 250만 곡의 디지털 음악을 보유하고 있다.

판결 하루 전인 11일 냅스터의 100개 서버(한번에 6천명까지 접속)에는 1만여명의 유저들이 음악파일을 다운로드받기 위해 몰리는 등 냅스터 인기는 대단하다. 따라서 당초 계획대로 올 연말부터 유료화할 경우, 월 5달러 정도만 회비를 받아도 다른 음악파일 무료사이트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결의 여파=이번 판결은 저작권 음악에 국한됐지만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영화·서적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 판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결정'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