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다, 배추적!" "할머니, 저 파전 시켰는데…" "아, 요새 파가 어딨어? 이게 더 맛있어. 주는 대로 먹어!"항상 그랬다.
할머니에겐 주문이 따로 없다.
그저 만들어내는 것이 주문한 것이다.
동동주를 시키면 막걸리가 나오고, 메밀묵을 시키면 두부김치가 나오고, 주는 대로 먹어? 이젠 아무도, 이거 아닌데, 소리 안 한다.
선봉사를 1, 2㎞ 남겨둔 순산리의의 욕쟁이 할머니. 걸걸한 목청으로 욕 한마디 던지곤 한 사발 동동주를 안긴다. 오늘은 무슨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는 맛도 만만찮아 그 집을 찾는게 즐겁다.
주문한 게 아니라 터무니 없는 음식이 나오면 또 그 맛을 얼토당토않게 즐기게 되는 상쾌함이란!할머닌 욕쟁이다.
시끌벅적한 욕으로 동동주를 빚어낸다.
종일 손님들과 주거니 받거니 마신 술로 해거름에는 콧등까지 불콰하게 올라 세상을 확 뒤집고도 남을 욕을 신나게 해댄다. 우당탕퉁탕대는 그 즐거운 욕설은 하루의 시름과, 너저분한 삶과, 세상을 잊게 한다. 주는 대로 먹어! 주는 대로 먹어도 다 맛있다.
두부에 얹은 김치도, 쌀알 동동 뜨는 동동주도, 야들야들한 메밀묵도, 벽을 퉁퉁 울려대는 욕까지 함께 끼얹어 먹는다. 동거하는 세 할머니가 함께 어깨를 부딪치며 부엌을 오가는 모습이 희한하다.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정을 붙이고 사는 그 광경은 아름답다.
물건 값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알아서 가져가! 라며 돈 통을 통째 던진다.
얼마, 얼마 하는 계산 따윈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저 한 마디의 욕설과, 한 잔의 동동주와, 한 웅큼의 웃음. 할머니의 쩌렁쩌렁한 욕설은 마을을 울리고, 산을 울리고, 1, 2㎞ 떨어진 선봉사를 울려 세상을 비웃는다.
세상이 아무리 고달파도 모든 게 그것만으로 치료가 되고 만듯, 할머니들의 얼굴은 호탕하다. 그 집에 가면 중요하다고 안달했던 것들은 모두 티끌처럼 흩날리고. 그저 걸걸한 욕설과 동동주에 묻혀버리고 말았으니 팍팍한 시간들을 견딜 수 없으면 또 그 집을 찾을 수밖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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