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단 50년이 빚은 DMZ의 오늘

*DMZ는 살아 있다

강원일보사 펴냄아무나 쉽게 가볼 수 없는 곳,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에는 사람의 접촉이 차단됨으로써 생긴 독특한 모습이 있다.

분단의 비극이 빚어내는 쓸쓸하고 퇴락한 분위기 속에 개발의 위협에서 벗어난 동.식물들이 활개를 치는가 하면 역사적 유물들이 상처받고 있기도 하다. 사진자료집 'DMZ는 살아있다'(강원일보사 펴냄, 전2권 458쪽, 15만원)는 풍부한 사진과 학술자료를 바탕으로 DMZ의 과거와 현재, 자연과 역사 등을 담아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사진 자료적 가치 높아

냉전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는 적막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통일문, 녹슨 옛 군사분계선 푯말, 철책선, 경계근무 중인 초병, 지뢰지대 표시판, 녹슨 철모 위에 핀 꽃 등은 예전의 상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판문점과 자유의 다리,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나온 마주 보는 남.북 군인의 모습, 북쪽을 바라보며 눈물 짓는 실향민, 인공기와 거대한 선전구호판, 정돈된 농촌마을의 북한 모습도 비무장지대 내에서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인간이 형성한 긴장의 땅에는 역설적으로 평화와 자유의 공기도 흐르고 있다.

동.식물들에게 있어서 이 곳은 그야말로 낙원이다.

9만703ha의 면적에 한반도에 서식하는 2천900여종의 식물 중 30%, 포유류 70여종 중 50%, 조류 320여종 중 20% 이상이 비무장지대에 서식하거나 한 철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강초롱 등 국내의 대표적 고유식물과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등 13종의 천연기념물, 덤불해오라기, 쇠제비갈매기 등 11종의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인 용늪,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인 두타연 등이 '생물 다양성의 표본'으로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금강산이 시작되는 건봉산에서 세계 최초로 '선비먼지버섯'이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희귀 동식물.생물 다양성 표본

비무장지대는 또한 역사의 숨결이 넘실대는 곳이기도 하다.

선사시대 유적을 비롯, 후삼국시대의 풍운아 궁예가 터전으로 삼았던 철원의 도성과 전골총, 왕 건의 집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철원향교, 삼국시대 각축 지역임을 나타낸 각종 산성과 보루, 경순왕릉, 파주 고려벽화묘, 허준 무덤, 정발 장군묘 등이 있다. 그러나 문화유적 대부분은 보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훼손되고 있으며 고고학적 조사도 받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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