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면역이야기-감기바이러스엔 면역기능도 '고전'

바이러스는 유전정보(DNA/RNA)와 그걸 둘러싼 단백질 밖에 갖고 있지 않다. 후손을 만들기 위해서는 숙주가 필요하다.

우리 몸의 세포가 그 숙주. 그래서 갖가지 바이러스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 몸을 공격한다. 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우리 몸 자체가 그 공격을 이겨내야만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그 능력이 바로 면역력이다.

◇감기를 통해 본 바이러스와의 싸움

감기 바이러스는 정상인 36.5℃ 보다 낮은 33~34℃의 체온에서 증식이 가장 활발해진다. 겨울에 감기가 많은 것은 이 때문.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 말초기관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란 놈이 때를 만나 사람 몸으로 침투할 경우, 인체는 우선 '쫓아내기' 작업을 한다. 콧물과 재채기가 그것. 차가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 설 경우, 빠르게 증식하기 시작했던 바이러스를 콧물.재채기가 쫓아 낸다.

그러고도 남아 침투한 바이러스가 있으면 '전방사령부' 격인 '림프절'이 작동을 시작한다. 식도.기도로 통하는 입구에 자리잡은 이곳으로 림프구.백혈구 등 전투병들이 집결한다. 당연히 전투가 벌어지고 염증반응이 나타난다.

목이 따가운 것은 전투가 전방사령부에서 시작됐음을 말하는 신호이다.

그래서 감기는 "인후두에 바이러스가 공격해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전면전, 두통.발열.몸살

물론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증상 없이 보균 상태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 콧물 정도 흘리다 마는 사람도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면역력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몸의 '전방사령부' 쯤에서 침입자를 격퇴하지 못하면, 드디어 전선은 우리 몸 전체로 확대된다. 말하자면 전면전. 이렇게 되면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뻐근하고 열이 난다.

이 전면전도 1주일 정도면 대개 끝이 난다.

이때 열이 나면서 한기가 들고 떨리는 것을 바이러스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실제는 그 반대이다. 림프구.백혈구, 감염된 세포 등이 '싸이토카인' 같은 면역물질을 분비해 몸의 온도를 올리는 현상인 것. 그래야 바이러스가 살기에 부적절해져 더 이상 증식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감기가 급성 축농증(부비동염), 중이염, 폐렴 등으로 악화되는 경우, 기관지 천식,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등 이미 있던 병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면역 탓이다. 감기에 시달리느라 방어벽이 약해진 틈을 타 다른 적군들이 공격해 온 것이다.

◇감기에는 왜 면역이 안생길까?

우리 몸의 특이 면역은 한번 침범한 적군을 평생 기억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침범할 때는 문 밖에서 박살내 버린다.

그런데 왜 감기는 면역이 되지 않을까?

우선 원인균이 바이러스라는 점이 골치 아픈 상황의 단초가 된다.

바이러스는 그 증식에 필요한 체내 숙주세포 대사과정과 숙주세포의 생존 대사과정이 같거나 비슷해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기가 쉽잖다. 그래서 세균에 강하다는 항생제도 감기 바이러스에는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종류가 너무 많아, 인체의 '특이 면역'이 작동하기 어렵고, 백신 조차 가동하기 불가능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150가지가 넘고, 대표적인 '리노 바이러스' 경우 그 변종만도 약 250개나 된다. 어떤 감기 바이러스 경험이 축적되더라도 다른 바이러스에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70세까지 산다면 일년에 평균 3번 이상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한다.

◇감기의 유일한 대책은 몸 관리

따라서 감기에 이기는 유일한 길은 건강한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로 면역 기능을 잘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해 감기 바이러스를 씻어 던져야 한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도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식사의 균형에 주의하자. 신선한 과일에 포함된 비타민C도 감기 치유에 도움이 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이중기과장(파티마병원 알레르기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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