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름다운' 미국 甲富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는 아마 '세금내는 것'(納稅)이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처지보다 세금을 부당하게 많이 징수당했다고 생각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오죽하면 우리의 옛 선조들이 '세리(稅吏)는 범보다 더 무섭다'했을까.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세금 기피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듯 해마다 6천억달러 이사의 탈세자금이 돈 세탁을 위해 버뮤다 등 카리브해 연안 6개국과 스위스 등지로 모여들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들 검은 돈 세탁을 막기위한 전쟁마저 선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터수에 미국의 한다하는 갑부 120명이 상속세와 증여세가 폐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뉴스는 가히 충격적이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사채업자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조지소 로스, 록펠러가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윌가의 대표격인 워렌버핏등 억만장자들이 발벗고 나서서 상속세를 없애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막는 것'이라고 나섰다니 얼떨떨하다.

이들은 상속세가 감면되면 그 세수(稅收)의 부족분만큼 없는 자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되고 사회복지나 의료보험, 환경개선 등이 축소케 된다고 정곡을 찌르고 있다.

부자 스스로가 과연 이럴수가…싶은 것이다. 부시정권이 2009년까지 1조6천억달러의 감세(減稅)키로 하고 우선 상속세부터 지금까지 67만5천달러에 37% 세금을 물리던 것을 면세기준을 100만달러로 높이려하자 되레 부자들이 들고 일어나 "우리만 혜택을 입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나선 것이다.

이쯤되고 보면 미국의 부자들이 그처럼 존경 받을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찌보면 미국의 부자들이 이처럼 스스로 감세반대를 주장하고 나서게된 근본 원인은 부패와 부정을 용서치않고 선행(善行)은 부추기는 미국 사회의 정의로운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19년전 탈세한뒤 스위스로 도망가 살고있는 금융재벌 마크리치를 사면한 클린턴 전 대통령을 결코 용서치 못하겠다고 조사에 착수한 미국 검찰과 의회의 꼿꼿한 모습에서 법을 어기고 부정을 저지르면 수십년이 지나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사회 복지사업등 선행에 거금을 쾌척한 갑부는 추켜세우고 범법자는 끝내 척결하는 사회-이런 풍토이기에 부자가 스스로 감세를 반대케 된게 아닌가 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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