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도 끝자락 해남 두륜산

남녘은 벌써 봄기운이 감돌고 봄 맛을 느끼려는 나들이 발길도 이어진다.남녘 바닷가 야산 중턱 벌거벗은 나목들 가운데 짙푸른 동백나무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고 천년 고찰에서는 풍경소리가 그윽하다.

한반도 남도 끝자락에 우뚝 솟은 전남 해남군 두륜산(703m)과 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명승고찰 대흥사가 봄길목 산행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동백꽃은 이달 말이나 3월이 돼야 구경할 수 있다. 다행히 대흥사 대웅전 바로 앞 개울가의 동백나무를 자세히 살펴 보면 한송이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두륜산 산행

새해 일출맞이로도 잘 알려진 남도산행의 명산이 두륜산이다. 대흥사 입구의 동백나무와 삼나무 등으로 울창한 숲터널은 삼림욕 장소로 유명하다. 대흥사 주차장을 출발해 운학교에서 바로 우측 산길을 1시간30여분 부지런히 오르면 두륜봉(630m).

두륜봉이 가까워질수록 큼직한 바윗길이 점차 가파르게 오르막지고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이마에 맺힌 뜨거운 땀방울이 연신 얼굴을 적시고 오를수록 바위투성이다. 두륜봉 지척에 자연의 명품 구름다리가 허공에 떠있다. 2m쯤 소라모양 구름다리를 건너 오르면 두륜봉이다.

'산을 오르되 이름은 없고 천년을 기리는 마음으로 젊은 피땀으로 세웠다'는 해남사랑 청년회의 두륜봉 비석이 반긴다. 두륜봉에 올라서면 일망무제. 발아래 대흥사와 북암, 손끝에 와닿는 다도해의 섬들. 완도와 달섬, 두섬과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를 잇는 남창대교와 완도대교가 보이고 멀리 보길도도 아련하다.

다시 고개를 돌리면 두륜산의 최고봉인 가련봉(703m)과 노승봉(능허대.685m)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두륜봉을 떠나 구름다리 아래 직각에 가까운 철계단을 넘어 비좁은 산길을 내려 가면 가을을 연상케하는 억새풀의 평지다. 따사로운 햇볕아래 이야기 실타래를 풀기에 그만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능선앞에 버티고 있는 암벽길을 올라야만 두륜산 최고봉 가련봉이다. 직벽의 바위들이라 암벽 곳곳에 둥근 쇠 손잡이와 철 발판이 박혀있다. 40여분을 오르면 가련봉.

그러나 두륜산 일주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노승봉의 이름난 너럭바위가 발길을 멈추지 말라며 부른다. 다시 바윗길과 씨름하며 30여분을 오르내리면 수십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만큼 넉넉한 노승봉 너럭바위다. 여기서 식사와 따뜻한 차 한잔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하산(1시간)을 준비한다.

◇문화유적 답사

동백과 삼나무,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왕벚나무 등 울창한 숲으로 산림의 보고인 두륜산에는 볼만한 문화유적들도 많아 인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흥사를 부흥시킨 서산대사와 조선조의 다도(茶道)를 부흥시킨 초의선사를 비롯, 13대 강사와 13대 종사 등 역대 큰스님들의 부도와 대흥사 대웅전, 경주에서 가져간 옥으로 만든 천불전과 표충사, 서산대사 유물관이 있다. 또 두륜산 중간 산자락에는 초의선사가 선과 다도를 닦았던 일지암과 천연바위에 높이 4m20cm의 거대한 마애여래좌상을 모신 북암, 만일암지에 천년의 세월을 버티고 있는 천년수 등 볼거리와 답사거리가 즐비하다.

◇두륜산 대흥사 가는 길

대구에서 구마선을 타고 마산가기 전 칠서IC에서 남해고속도를 이용, 섬진강 휴게소를 지나 순천IC에서 내려 여수.순천방면으로 접어든다. 순천을 통과해 벌교와 강진쪽 도로를 타고 보성.목포로 향한다. 장흥.강진을 스쳐 해남과 진도 가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대구서 5시간쯤 소요. 문의:전남 해남군관광계(061)530-5114.5228(김상현).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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