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맛보는 雲甫 예술혼

지난달 23일 운보 김기창화백이 영면한 지 20여일. 동원화랑(053-423-1300)은 17일부터 28일까지 화랑과 애호가의 소장품들을 모은 '운보 김기창 작품전'을 연다. 평생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살면서 '거장'으로 추앙받던 그의 연대별 작품들과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작품 중 초기에 해당하는 '성춘향전'은 가늘면서도 힘찬 선으로 민족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고 '청록 산수' 초기와 후기의 작품들은 후기로 갈수록 선이 굵어지고 색감도 변하는 특징을 띠고 있다.

아내(화가 박래현)가 작고한 지난 76년 무렵 비탄이 원동력이 돼 탄생한 '바보 산수' 작품들은 한국화의 전통적 조형과 기법에서 탈피, 그만의 독창적 필치로 편안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안겨준다. 힘차면서도 단순한 선이 일품인 '악사들'과 76년작 '청산귀우도' '청산도' '우후 청산', 86년작 '매화일지병'은 한국적 서정과 꿈틀거리는 선의 묘미를 살린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북한에서 활동중인 그의 동생 김기만 화백의 작품 '노안도'도 전시된다.

장애를 극복한 극적인 삶의 주인공으로 잔꾀와 기교없는 천진난만한 예술세계를 추구했던 그는 동.서양의 이분법을 벗어난 화법과 질박하고 호방한 화풍으로 '한국 민화가 지니는 소박한 회화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해석력' 등의 평가를 얻었으며 호랑이가 숨을 몰아쉬듯 작품에 임했던 진지한 자세로도 잘 알려졌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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