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서구 나호운씨 암투병에도 이웃사랑 실천

"꽃 한송이조차 받지 못하고도 묵묵히 이해하고 도와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나호윤(51.달서구 도원동)씨. 나씨는 비록 가진 게 없어도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며 살고 싶어한다. 그래서인지 나씨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씨의 지난 삶은 처절하리만큼 불운했다. 지난 80년 사업에 실패, 철강 공장에 취직했으나 92년 뜻하지않은 사고로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95년엔 위암 진단으로 대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수술비와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시련과 함께 자수일을 하는 아내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면서도 나씨는 작은 이웃사랑을 계속 실천하고 있다. 지난 8일엔 돼지고기와 과일, 소고기국 등을 준비해 아파트 경로당의 노인 40여명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또 지난 99년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과도한 관리비 징수 사실을 알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1년간 뛰어다닌 끝에 주민피해를 막았다. 길을 가다 접촉사고로 다투는 것을 볼 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반드시 끼어들어 화해시킨다.

아내 김영순(47)씨는 "아이들의 대학등록금 마련도 어려운 형편에 생활비의 절반이나 써버리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도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이제는 함께 이웃들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씨는 "건강이 많이 회복돼 가족과 이웃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게 행복"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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