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형편에 비해 나의 집에는 책과 클래식 음악 CD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것들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첫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나는 유학준비 때문에 늘 책을 앞에 두어야 했고 때문에 아이도 늘 책 주변에서 놀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지식을 채우느라 펴놓은 책들을 아들 녀석은 그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했을 것이다. 화장실에서도 나와 아들녀석은 책을 들고 있었고 좀더 커서는 차 안, 식당, 병원,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책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집의 책 숫자 또한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는 곡명은 고작 베토벤의 '운명'과 '월광' 뿐이었을 만큼 팔자에도 없어 보이던 클래식 음악이 내 곁에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유학시절부터였다. 좋아하던 팝송을 여전히 옆에 두려했으나 책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왠지 그것은 나의 집중력을 흔드는 것 같았고, 반면 사람 목소리가 없는 잔잔한 클래식은 외로운 두뇌 작업에 동반자가 되는 듯했다. 특히 혼자 깨어 있는 밤엔 더욱 그러했다. 그러기를 몇 년 아들도 새로 태어난 막내딸도 클래식 음악에 거부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잠들 무렵 엄아에게 바흐를 틀어 달라해서 듣다 잠드는 아들의 모습을 지금도 볼 때면 환경의 위력을 새삼 느끼곤 한다.
지금 쇼팽을 귀너머로 느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떤 종류의 음악과 취미'가 더 낫고 그렇지 않음을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뿐이다. 흔히들 많은 것에서 세대 차이가 있다고들 하지만 책과 음악분야에서 이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된 자식들에게서 아직까지는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은 우리 성인들이 만들고 있는 환경의 산물이기에 보여지는 교육만큼 더 효과적 교육방법은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
김창식(대구교육대 교수·미술교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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