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의 8부작 '몽골리안 루트'가 관심속에 2회째 나갔다(6·13일 밤10시, 1편 '툰드라의 서곡', 2편 '베링해 안개 속으로'). 제작과정을 다룬 '이것이 몽골리안 루트다'를 제외하더라도 아직 초입인 셈이다. 그러나 이 다큐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가닥이 잡혔다.
'몽골리안…' 1-4부는 북방계 몽골리안이 시베리아, 툰드라를 거쳐 '베링육교'를 건너고 아메리카 대륙을 남으로 종단하며 퍼져나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5-8부는 스텝의 유목민족인 북방계 몽골리안이 중앙아시아, 중동, 동유럽, 나아가 로마인들과 접촉하면서 가지는 문화교섭 이야기.
'몽골리안…'은 수천, 수만리 밖 여러 민족들의 별난 삶을 웅장한 영상미로 보여줬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의문점도 적지 않았다. 왜 '몽골리안…'이 제작돼야했는가 하는 원초적 물음이 그 하나. 북방계 몽골리안을 중심으로 인류발전사를 얘기하려 했을까? 화면 하나하나는 재미있는데 화면을 꿰는 포커스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자칫 참고서를 들고 봐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
또 하나는 다큐의 생명인 사실성. 화면으로 하여금 사실을 말하게 해야 하는데 제작진이 메시지를 강조하려다 보니 화면만으로는 약했다. 그래서 이론과 그래픽이 적잖게 동원됐다. 그래픽은 대개 학계엔 알려져 있지만 시청자들에겐 생소한 이론을 설명하는 것들이었다. 다큐의 고리를 연결하는 대목에 그래픽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다큐의 사실성이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석기 중기 '르발르와' 석기제조법을 설명하면서 그래픽은 구석기 후기의 돌날기법을 복원한 넌센스는 차라리 애교스러웠다.
그럼에도 '몽골리안 루트'는 볼만한 점이 많았다. '민족의 웅비'류의 국수적인 냄새를 걸러낸 것도 좋았다. 인류학, 유전학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동원돼 작품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눈을 전지구적으로 확대시킨 것이 눈에 띄었다. 다만 PD가 작품을 떠받치는 이론을 이론대로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더라면 더 쉽고 정직한 다큐가 됐을 것이다.
여은경 eunkyung0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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