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산 대재앙...지구의 분노인가

얼마 전 엘살바도르에 리히터규모 6.1의 강진이 발생, 사상자가 3천명에 육박했다. 지진에 화산 분출까지 겹쳐 피해규모는 훨씬 커졌다. 또 최근 일본에선 후지산의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후지산은 매년 10차례 정도 미진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9월엔 33회, 10월엔 133회, 11월엔 222회의 미진이 발생해 이같은 가능성을 낳았다. 지난해 12월엔 멕시코의 포포카테페틀(일명 포포) 화산이 폭발, 거대한 용암줄기와 화산재를 내뿜었다. '연기를 내뿜는 산'이란 뜻인 포포카테페틀이 폭발한 것은 지난 94년 이후 두 번째.

마치 지구 내부의 분노가 터져나오듯 지각을 찢고 터져나오는 화산은 결코 현실에서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화산 재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 어떤 화산이 얼마나 위험한 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화산은 그리 쉽사리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화산의 위험도는 전적으로 용암의 점성, 즉 끈끈함에 달려있다. 뜨거운 용암이 지표면으로 솟아오를 때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기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만약 용암의 점도가 낮아 물처럼 흐르기 쉽다면 가스가 쉽게 배출돼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화산 정상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빠른 속도로 산사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에트나화산이나 하와이섬에 있는 화산이 이런 부류에 속하며,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쪽에 속한다.

이와 반대로 용암의 점도가 높으면 내부가스가 쉽게 배출되지 못해 압력이 임계점에 오를 때까지 계속 증가한다. 용암이 가스압력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화산은 급기야 폭발을 시작한다. 거대한 폭탄이 터지듯이 붉은 용암 덩어리를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함께 토해낸다. 용암은 어디로 흘러내릴 지 예측할 수 없으며 수km까지 퍼져나가는 화산재는 주위의 모든 것을 검게 덮어버린다. 고대 폼페이, 세인트헬레나, 피나투보, 몬트세라트 등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악명높은 화산들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용암은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분출돼 흐르는 상태다. 용암과 마그마는 서로 같은 말이지만 내부에 있을 땐 마그마, 밖으로 분출되면 용암이 된다. 일반적으로 용암의 온도는 대략 800~1천200℃. 용암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어떤 생물체이든 죽음을 면치 못한다. 용암이 흐르는 속도는 보통 시속 15km정도. 경사가 급한 곳에선 시속 60km가 넘어 미처 대피하지도 못하고 불의의 습격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육지 화산은 점성이 높은 폭발 화산이며, 게다가 인구 밀집지역 부근에 있다. 지구상의 인구 10명 중 1명은 활화산 영향대에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화산 폭발을 보다 빠르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선의 방법은 화산의 경고음을 주의깊게 듣는 것. 용암이 상승하면서 수천 회에 걸쳐 미세지진이 발생하며 횟수가 증가할수록 폭발이 임박했음을 뜻한다. 몬트세라트 화산의 경우 이를 잘 이용해 폭발시간을 수시간내 오차에서 예측해 내기도 했다. 이밖에 화산 정상에서 배출되는 가스의 성분 변화, 산사면의 경사각,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도 폭발을 예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엔 인공위성까지 동원됐다. 현재 화산관측에 쓰이는 위성은 지구로부터 3만5천200km 떨어진 곳에서 돌고있는 환경인공위성(GOES). 인공위성에 장착된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화산 정상의 온도를 실시간 측정하고, 분광계로 배출가스의 성분을 감지해 낸다. 그러나 이같은 첨단장비도 화산 분출이 임박했을 때만 유효할 뿐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예상하진 못한다. 폼페이와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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