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강한 심장, 대권 우선

요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예외없이 음습한 정쟁과 암울한 경제가 화두로 등장한다.

여야의 볼썽사나운 싸움질에 대한 성토에서 지겹기까지 한 3김(DJ, YS, JP)에 대한 진부한 채근(採根)과 창(昌.이회창) JK(김중권) 이인제 노무현씨 등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들간의 피아가 헷갈리는 치고받기도 싫든 좋든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다가 결국 차기 대권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로 끝말이 이어진다.

정치권의 행태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이처럼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정치 만능의 사회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팽겨진 한국경제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여야는 1년10개월이나 남은 대통령 선거 준비에 벌써부터 혈안이다. 민주당은 최근 대선 전략의 '싱크탱크'로 활용할 '국가경영전략연구소'를 발족시켰다. 또한 당원수를 유권자의 10%선인 30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20일부터는 조직다지기를 위한 당직자 연수회를 시작했다.

한나라당도 뒤질세라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기능을 강화하고 총재 자문단 확충에 나서고 있다. 언론대책팀을 강화하고 종교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인사들의 행보는 더욱 분주하다. 앞다퉈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등 민심얻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회주류(main stream)론', '언론과 전쟁불사'도 이 와중에 터져나와 논란과 파문을 빚고 있다.

민생은 외면, 대권에만 혈안

또 김중권 민주당 대표 취임후 '영남후보론'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이 '영남 수성(守城)론'을 들먹여 지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작금의 나라사정이 어떤가. 경제는 최악이고 사회 전반이 곪아가는 총체적 난국이다. 대권에 신경쓸 상황이 못된다.

대재벌인 현대와 대우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대우자동차 문제는 정리해고와 파업으로 맞서다 끝내 공권력 투입이라는 상황을 맞으며 올 춘투(春鬪)의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실업자도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졸업 시즌을 맞은 대학가도 우울한 분위기다. 전국 4년제 대학에서 23만5천명이 대학문을 나서지만 취업률이 고작 30%선이라는 비관적 예측이다.

정치인 경제부터 살려라

가계의 주름도 덩달아 늘고만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15조6천억으로 한해동안 무려 2조2천억원이 급증했다. 금융기관에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도 지난 1월말 현재 223만 8천명에 이른다는 보고다. 광우병 파동에 대한 어설픈 대처로 수많은 축산농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광우병으로 죽은 소보다 파산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올 지경이다.

이젠 이런 저런 꼴 보기 싫다며 조국을 등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만5천명이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현실을 직시하면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는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여야 대표의 구호인 '강한 여당'은 '강한 심장'으로, '국민우선'은 '대권우선'으로만 들리고 있다.

"정치쟁이는 다음 선거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시대 일을 생각한다"는 말이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정택수 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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