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가로부터 쌀을 매입, 미곡상에 파는 가교역할을 하는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지난해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농가소득 감소요인이 되고 있다.
21일 농협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대구1개, 경북 17개 등 총 18개 미곡처리장의 매출액이 1999년 1천828억원에서 지난해 1천76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72억원이나 줄었다.
이로 인해 1999년 전체적으로 개소당 평균 5천300만원의 흑자를 보였던 농협미곡처리장이 지난해 8개소가 적자를 보여 개소당 평균 3천5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이는 4년 연속 풍년이 든데다 쌀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미곡처리장의 주 소득원인 가격진폭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반면 WTO체제이후 정부수매 및 공매량은 감소하고 단경기 원료곡 확보에 따른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구미지역 한 미곡처리장은 지난해 공매 300t, 농가매입 7천436t 등 7천700여t을 매입했으나 이중 1천100여t을 팔지못해 2년 연속 1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99년 2천80t의 물량을 공매했던 구미지역 또 다른 미곡처리장은 지난해 공매량은 536t으로 줄어든 반면 농가매입 물량은 4천481t이 늘어난 1만7천50t으로 이중 1만369t밖에 팔지 못했다. 이때문에 99년 1억6천여만원의 흑자를 보였던 이 곳은 지난해 수익이 2천100만원으로 떨어졌다.
농협 미곡처리장의 이같은 적자는 지난해 730만섬이던 재고미가 올 10월엔 1천만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식생활패턴 변화에 따른 쌀 소비감소 등으로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쌀 유통의 중간 허리격인 미곡처리장이 부실해지면 그만큼 쌀생산 농가에도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농협 한 관계자는 "요즘 미곡상들도 섣불리 쌀을 매입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미곡처리장 운영자금 추가지원 등 특단의 대책과 함께 쌀 소비촉진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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