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는 말, 이건 뭐야? 그런 아이에게 어느날엔 "shoes", 다음번엔 "이건 신발이다"라고 말해 준다면,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세대 주부 이형윤(31·대구)씨는 그런 방식으로 아기에게 영어를 익혀주고 있다. 가위 그림을 가리키며 "이건 가위, 영어로는 scissors이다"라 하지 않는다. 아이가 가위를 갖고 놀 때 "scissors 혹은 가위"라고 말해 준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나 상황이 학습자료가 되는 셈. 일부러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거나 그림책을 통해 영어를 배우도록 하기 보다는 이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즘 그녀의 32개월 된 딸 영경이는 영어 노래를 곧잘 부른다. 의미를 알기 힘든 영어를 쏟아 내기도 한다. 엄마가 "What are these?"(이게 뭘까?)라고 물으면 "신발"이라고 대답하거나 "shoes"라고 한다. 물론 제 기분 내키는 대로 대답할 뿐이다. 아직 완벽한 영어 문장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의 영어를 알아듣고 좋고 싫음을 표현할 줄도 안다. 약 일년간 엄마가 영어와 우리말을 함께 써 온 결과."아이가 영어로 얼마 만큼 표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 들면 안돼요". 영어는 또 하나의 '놀이'여야 할 뿐, 공부가 돼서는 아이가 싫증을 낸다는 얘기였다.
외국인과 오랫동안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이씨도 처음 아이에게 영어로 말 건넬 땐 쑥스럽더라고 했다. 발음이 원음과 좀 다른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고. 그러나 엄마와 더불어 배우는 영어는 상호작용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음을 떠올렸다고 했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과 부드러운 말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이가 사물에 호기심을 느낄 때 묻고 답할 수 있는 것도 학원과 다른 이점이라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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