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품값 '봄 기지개'켜나

지난해, 종전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던 미술품 가격이 일부 유명 작가들의 작고에 따른 추모전, 회고전 등을 계기로 다시 올라서는 추세를 보여 침체된 미술 시장에 한가닥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서울 호암갤러리가 마련한 '이인성 50주기 회고전'이 열리면서 이인성의 작품세계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그의 작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일제시대에 활동하며 서구의 인상주의 등을 나름대로 소화, 뛰어난 기법을 바탕으로 향토색 짙은 서정을 표현한 이인성의 작품가격은 회고전이 열리기 전 평균 호당 1천만원선이었으나 지금은 1천500만~2천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 현대화랑에서 열린 '장욱진 회고전'도 그의 작품 가격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주로 10호 이하의 소품을 그려온 장욱진 작품 가격은 4~5호 크기가 종전 4~5천만원선이었으나 요즘은 6~7천만원선으로 올라섰다.

또 지난달 작고한 운보의 추모전으로 지난 17일부터 대구 동원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운보 김기창 작품전'에도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작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40호 크기를 기준으로 평균 500만원이상 오르는 등 작품 크기에 따라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개막 첫 날, 300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찾은 뒤 관람객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사흘째인 19일, 1천500만원에서 2천200만원에 이르는 작품 4점이 팔렸다.

화랑 관계자들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회고전 등을 계기로 상승하는 것은 미술품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으나 이것이 일부 작가들만의 작품에 한정될 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도 파급효과를 미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술품 가격의 폭락은 수년간 이어지던 가격 침체의 최저 수준으로 이제는 반등세를 나타낼 시점이 됐으며 최근 유명 작가들의 작품 가격 상승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동원화랑 손동환대표는 "유명 작가 작품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작품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미술품 가격도 이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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