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인점 전국시대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할인점 시장이 외국기업, 합작기업, 국내기업 등으로 3분화하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99년 국내 할인점 시장은 8조원, 2000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매장 2천평 이상 점포수만 160개에 이르고 있다. 2000년 전국 백화점 매출이 20조원에 이르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매출 규모면에서 뒤지지만 매년 30% 정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을 볼 때 2002년이면 할인점이 백화점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형태의 기업이 한국 할인점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 아직까지 미지수지만 향후 2~3년 사이에 할인점 업체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구분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백화점을 모태로 할인점 시장에 뛰어든 지역 할인점들까지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할인점 춘추전국 시대를 맞고 있다.

할인점 형태별 시장 확보 전략과 향후 전망을 예상해본다.

▨다국적 할인점

다국적 할인점이란 외국에 본사를 두고 우리나라에 체인점을 운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까르푸, 미국 본사의 월마트, 또다른 미국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이 국내에 진출해 있다.

까르푸는 9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현재까지 2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에는 2000년 1천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까르푸 동촌점이 있다.

지난해 연말 대구 시지점 문을 연 월마트는 전세계에 4천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할인점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개의 점포가 있고 지역에서 북대구점, 감삼점 등이 추가 개점을 앞두고 있다.

한 때 신세계백화점과 합작으로 회원제 할인점을 운영했다가 미국회사로 완전히 바뀐 코스트코 홀세일은 대구 복현동에 1개 점포를 포함해 전국에 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 할인점은 매장수를 급속도로 늘이는 반면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화, 지역화' 등을 슬로건으로 내놓고 있지만 매장 구성이나 운영방식이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레니맹 월마트 코리아 사장은 "외국 할인점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생소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다점포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 어느 할인점이 구매력과 저가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현할 것인가가 승부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기업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이 공동투자 형태로 할인점을 운영하는 곳으로는 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출발한 홈플러스는 영국계 할인점 테스코와 합작해 현재 7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대구점이 1호점이었던 홈플러스는 2005년까지 전국에 55개의 점포를 확보,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합작모델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홈플러스의 시장 선점 비결은 현지화 전략이다. 시스템은 영국 테스코사의 모델을 활용하지만 국내 운영은 삼성물산 출신의 인력을 통해 지역에 맞는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작년 신규점 개장 때마다 11억원 이상의 매출로 할인점 개장 매출 신기록을 세운 것에서도 홈플러스의 현지화 전략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대구점이 2000년 한해동안 2천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을 비롯해 7개 점포 일매출이 4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남지역 거점을 대구로 삼고 앞으로 칠곡점, 성서점 등을 개점할 계획이다.

▨국내기업

국내 할인점 기업의 선두주자는 E마트다. 신세계백화점 계열인 E마트는 93년 전국 최초로 서울에 할인점을 연 뒤 2000년 말 현재 2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도 3조원을 넘어섰다. E마트는 올해 전국에서 14개 점포를 개점하는 것을 비롯해 2004년까지 85개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점포가 늘어나면 E마트는 연간 8조5천억원의 매출을 내고 국내 할인점 시장의 30%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기업이 직접 진출 또는 합작 형태로 국내 시장을 두드리는 것과 달리 E마트는 조만간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체인망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맞형격인 롯데백화점도 할인점 마그넷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98년 3개 점포를 연 뒤 지난 해까지 점포수를 17개로 늘렸다. 대구에는 서대구점이 있고 범어동, 상인동 등지에 추가 개점을 검토 중이다. 롯데는 할인점 다점포와 함께 500~1천평 규모의 중소형 할인점 수십개를 전국에 개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킴스클럽(15개), 메가마켓(5개), 하나로클럽(5개), 그랜드마트(5개) 등이 국내 기업으로 영업 중이다.

국내외 대기업들의 각축 속에서도 지역에는 동아백화점의 델타마트, 델타클럽, 하이퍼마트동아칠곡점 등이 틈새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구지역에 할인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델타클럽은 2000년 매출을 660억원 정도 올려 1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전환한 하이퍼마트 동아칠곡점은 작년에 1천억원 매출에 13% 신장세를 나타내 업태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전망

유통 전문가들은 다점포화 경쟁 속에서 국내 할인점 시장은 2~3개 정도의 기업이 시장 대다수를 장악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틈새시장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구도를 점치고 있다. 또 상당수 기업은 향후 3~4년 사이 수익성 저하에 따라 인수합병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성환 삼성테스코 운영본부장은 "생존경쟁이 불가피해진 시점에서 국내기업 1개, 합작기업 1개, 외국기업 1개가 결국 살아남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한다"며 "점포수를 무리하게 늘리면 결국 회사 재무상태를 압박해 경영위기에 이르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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