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영화후 첫 주총 앞둔 포철정부 인사개입 여부 추측만발

포항제철의 민영화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가 다음달 중순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해 포철주식을 모두 처분해 버린 「지분없는 정부」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두고 추측이 만발하고 있다.

포항제철그룹의 올해 정기 주총은 포철이 3월 16일, 나머지 10여개 계열사는 20일과 21일에 일정이 잡혀 있다. 주총의 주요 내용인 지난해 경영성과와 올해 목표치 설정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탓에 관심은 역시 주총에 따른 인사로 모아진다.

인사에 관해서 포철은 올해에 종전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해야 한다. 민영화로 주주들의 뜻에 의해 경영진이 구성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과거 공기업 시절 포철의 모든 인사는 소위 낙하산식이었다. 모고참 간부는 『정부 이외의 다른 주주들의 의사는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총 당일 산자부(옛 상공부, 통상산업부) 담당과장이 안주머니에서 꺼내는 봉투에 명단이 모두 들어 있었다.

심지어 회장이나 사장도 자신의 거취를 모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주총이 지나면 으례 신규 선임되었거나 승진한 임원을 두고 포철 주변에서는 「누구는 누구줄」이라거나 「모임원은 모의원이 밀었다」는 식으로 인사내용과 특정 정치권 또는 유력인사와 연관짓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정부의 지분이 없어진 것은 물론 전체 지분의 54% 가량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가 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삼성.현대.롯데그룹처럼 포철도 다수 주주 또는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경영진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영화가 됐다지만 과연 포철이 정부 또는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있을까. 더구나 내년엔 4대 지방선거와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정치권이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지 여부에 대해 포철 주변의 의견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대폭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은 최근의 상황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포철이 「무늬만 민영화된 기업」으로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와의 장기갈등 △과거 공기업 시절 부당 내부거래 △구매제도 개선과 관련한 전남 광양 지역민들과의 마찰 등 당면한 일련의 사태를 현 경영진 진로와 연결지어 점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예로 보면 정치권이 개입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안정화·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선 △본·계열사의 경영성과가 양호하고 △유상부 현회장의 임기가 2003년까지이며 △민영화로 정부의 지분이 없어졌으며 △외국인 지분이 54%에 달해 정치권 등 국내 인사들의 영향력 한계가 더욱 뚜렷해 졌다는 점 등에 근거한다.

게다가 현 유 회장 체제가 외풍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고의 경영성과를 달성해 주주이익 극대화를 도모, 다수 주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실질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다.

현실적으로는 후자(소폭 인사 및 현체제 유지전망)쪽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또 유상부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경영현황 설명회를 가지면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다져 놓았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정작 유 회장은 최근 자신의 재선임 여부에 대한 전망을 묻자 『나를 비롯한 현경영진보다 더 잘할 사람이 있다면 바뀔 것이고…주주들의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겠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달로 3년의 임기가 끝나는 임원은 포철의 경우 상임이사(등기임원) 중에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장을 맡고 있는 강창오, 한수양 두 전무이사와 이궁훈 감사, 집행임원 중에서는 김성환 상무 등 4명, 또 17개 계열사 대표중에는 박득표 (포스코개발)회장과 장영소(포철산기), 이용만(포스틸), 김권식(창원특수강) 사장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 주주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은 『포철을 선거라는 전쟁에서 획득한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듯한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데는 정경유착이 큰몫을 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주총인사 개입을 경계했다.

포철 직원들 역시 『경영자는 경영성과로 말해야 한다. 민영화된 이상 포철에 또다시 정치논리가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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