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남서쪽에 들어 앉아 있는 비슬산은 언제나 넉넉하다. 대구시의 달성군과 경상북도 청도군을 가로지르며 정상인 비슬산(1084m)을 비롯, 청룡산-대덕산-산성산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모습이다.
◈정상 1084m…외유내강 산세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하고 밋밋해 보이지만 산속에 빠지는 순간부터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산세를 드러낸다. 참꽃이 가득한 능선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숨가쁘게 정상에 올라서면 대구시의 모습과 유유한 낙동강이 한 눈에 들어선다.'숨막히는 도시에서 떠나왔음'을 비로소 느끼고 새삼 도시에서 가까운 거리에 아름다운 산이 있음을 고마워하게 된다.
산행뿐 아니라 가 볼 곳도 많다. 명찰로 이름난 유가사와 용연사, 남지장사, 소재사, 대견사지가 있고, 산자락에는 도동서원, 안흥서원, 녹동서원, 남평문씨 세거지를 품고 있다.
인공으로 조성된 곳이어서 조금은 섭섭하긴 하지만 자연휴양림도 하루거리 다녀올 곳으로는 충분하다. 가는 길은 월배-화원-현풍쪽으로 국도을 이용하거나 구마고속도로의 현풍 IC에서 내리면 되는데 군데군데 친절한 팻말이 있어 처음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비슬산 끝자락에 들어서면 구불구불한 도로와 높은 지대로 인해 차가 허덕거리지만 왼쪽으로 이어지는 애추(절벽아래에 부채꼴 모양으로 쌓인 각진돌 집단)가 다른 산과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방갈로 등 위락시설 갖춰
비슬산 자연휴양림에는 약간의 위락시설을 설치했지만 이곳에는 겨울의 막바지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자연휴양림에서 정상으로 이르는 계곡에 설치된 얼음동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100m정도 들어간 곳에 있어 표(대인 1천원, 소인 500원)를 사야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나들이에는 더할 나위가 없는 곳이다.
구불구불, 삐쭉삐쭉 제멋대로 나있는 고드름은 밖에서만 봐도 시원하고 에스키모의 집인 이글루처럼 구성해 놓은 얼음집에 들어가는 재미도 있다. 다만 최근에는 날씨가 따뜻해져 많이 녹았기 때문에 일부 얼음집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얼음집 속에서 잠깐 방심으로 머리위의 두터운 고드름에 부딪히거나 차가운 얼음물이 등뒤로 파고 들어갈 때 터져나오는 짤막한 비명소리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얼음집이 5, 6곳이나 된다. 조금 아쉬우면 얼음썰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지만 썰매장 끝에는 질펀한 물밭이어서 옷이 젖기 쉽다. 얼음동산은 3월31일까지 개장한다. 그러나 조금 서둘러야 넉넉하게 살아있는 풍경을 구경할 수가 있다. 얼음동산이 있는 곳은 대견사지를 거쳐 비슬산 정상으로 이르는 곳. 그저 돌들이 많아 보기가 좋은 계곡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계곡을 따라 서있는 돌산은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로는 이 일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암괴류(강물처럼 흘러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윗덩어리 집단)가 2km나 이어져 있어 중요 지형자원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한다.
◈내달 31일까지 개장
가족나들이면 무리한 산행보다는 얼음계곡 왼편에 있는 놀이터에 가도 된다. 놀이터라고 하기엔 넓은 운동장이지만 여러가지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다. 투호, 단체 줄넘기, 줄당기기, 널뛰기, 통나무 타기 등 이제는 어디서고 하기가 쉽지 않은 옛날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 새 하루 해가 훌쩍 기운다.
정지화 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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