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국인의 성형수술 狂氣

삼국시대의 가야인들도 성형수술을 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최근의 연구 결과다. 삼국지 위서동이전(魏書東夷傳)에선 가야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돌로 머리를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며 3세기경의 편두(偏頭)관습을 소개했는데 이것이 76년 김해시에서 발굴된 인골과 전문의의 감정에서 물증으로 드러난 것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세계의 오지 민족들이 코와 입술 등을 괴상하게 고쳐 야만스럽게까지 보이는 모습에서 짐작이 가는 바가 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이제 고대사회나 세계오지 민족에게만 있는 일이라 할 수 없게됐다. 한국여성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종아리 근육수술'과 '처녀막 재생 수술'등의 성형수술이 외국인의 눈에는 우스광스럽고 비이성적으로 보일 지경이 된 모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한국여성의 이같은 유행을 '광적인 성형수술 국가'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서구적 미모를 닮으려고 눈과 코를 수술하는 수준을 넘어 이런 안전성이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수술까지 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란 지적이다.

▲봄방학이 시작되면서 '성형수술 방학'이란 말이 나올만큼 성형외과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 돌팔이 시술소에까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보도다. 심지어 방학 때는 단체성형 계모임도 생겨나고 미용실·의상실 등에선 대목을 만난듯 커미션 알선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고2년생이 턱뼈깎는 수술을 하다 숨지는 등 성형수술의료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울하기만 하다.

▲여성의 미는 소중하게 가꿔야겠지만 목숨을 걸고라도 아름다워져야겠다는 외모중시의 사회풍조는 병적이다. 더욱이 무턱댄 서구지향적 미의식이나 무개성적인 연예인 닮기 수술은 한국여인들에겐 심각한 자기정체성의 위기다. 교양이 배어나오는 아름다움, 한국적 개성미 등에대한 새로운 각성이 없는 수술미인은 인간이 소외된 값싼 장식조각의 여인상에 불과할 것이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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