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차의 파업과 강제해산이 우리를 또 한번 아프게 한다. 해고가족의 망연자실한 모습과 고개를 숙인 채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어린 자녀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이며 그 기간 또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BK21사업에 선정된 대학 중 일부가 부당 지출을 한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심지어 선정 과정에서의 불공정 시비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것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런 과정에서 양성된 두뇌들은 학위를 받은 후에 어떻게 처세하며 살지 걱정된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두뇌들이 고국을 등지고 해외 이민을 가기도 한다. 이민 가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막상 가서 언어 문제 때문에 전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니 그동안 그들을 양성하기 위해 가족적으로 국가적으로 투입한 것이 낭비가 되어 버렸다. 자금 낭비에 인력 낭비에 심지어는 살기 싫다는 심리적인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뭔가가 잘못 되었다.
한국인을 외국인들과 비교해 보노라면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두뇌 회전이 빠르고 일하는 양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도모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수고하는 양에 비해서는 선진 사회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양 중심의 사회로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까?
종종 우리는 해답이 익히 알고 있던 자연 법칙과 같은 곳에 숨어 있는 경우를 발견하곤 하는데, 그중 우리가 음미할 만한 것이 벡터 이론이다.
첫째, 벡터는 힘과 방향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점에서 목표 지점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방향성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60, 70년대 한국은 배고픔을 해결한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방향성이 있었다. 지금은 방향성이 애매하다. 아니 있더라도 최소한 합의되어 있지 못하다. 이제는 양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양과 방향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로 변천해 가야 할 것 같다.
둘째, 한 벡터는 또 다른 벡터들의 합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식의 합이냐에 따라 서로 상합될 수도, 도리어 상쇄되어 버릴 수도 있다. 가장 효율적일 때는 방향성이 서로 일치할 때이다. 패전과 70년대 오일쇼크를 딛고 일어선 미쯔비시의 성공 원인 중 하나는 당시 조선 사업 수주 때 타 경쟁사들이 예상한 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낙찰 받아서는 전 세계에 펼쳐져 있던 미쯔비시 상사의 정보망을 활용하여 소요되는 부품 각각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인 가격으로 납품 받았으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를 기하여 재작업률을 극소화하여 결국 흑자를 달성해냈다는 사실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계에 흩어져 있던 그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무작정 달려들어 밤새워 일하는 식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방향성을 잡고 그것에 근거하여 일사천리로 일했다.
우리 민족의 형편은 마치 당시의 미쯔비시와 같다. 우리는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수백만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계 주요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미국은 세계 민족이 이주해와 한 곳에 정착했다면 한국은 단일 민족이 세계 곳곳에 정착하여 그 땅의 민족들과 어울리는 모델을 보여준다. 집중력과 효율성 면에서는 미국식 모델이 유리하지만 평화와 선린의 측면에서는 한국식 모델이 더 우수하다. 이는 분명 우리에게 주어진 천혜의 기회이며, 현재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서로가 한 몸으로 움직이며 여타 민족들로부터 환영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반미감정의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열매는 우리 민족만이 아닌 협력한 여러 민족이 공유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역량 있는 나라이다. 한반도는 온 세계에 흩어져 정착하고 그 땅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민족인 한민족의 베이스 캠프이다. 이제라도 세계가 가치롭게 여기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상쇄의 낭비를 버리며 전진하는 비전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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