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휴대폰 제조업체인 (주)팬택 박정대 사장은 대기업 입사 16년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가 전문경영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것도 남들보다 4~5년 늦은 32살이라는 나이에 대학을 졸업한 후 일궈낸 성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LG그룹에서 전무이사로 잘 나가던 그가 중소기업인 팬택의 경영을 맡은 것은 지난 해 2월. LG와 OEM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 팬택의 대주주인 박병엽 전사장의 삼고초려 때문이었다.
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병을 전염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지만 그는 중소기업의 특성을 살리는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기업에서 20여년간 터득한 경영마인드를 접목시켰다.
매일 아침 '커피브레이크'를 통해 그는 임원들에게 '중소기업은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해서 스피드를 살려야 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통해 생산력을 향상하고 전직원이 경영마인드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은 기술만 있지 아무 것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된 것도 그 때였다. 박 사장은 곧바로 생산라인을 자동화하고 증설하는 한편 휴대폰제조에 필요한 중요 부품 확보와 수출상담, 기업내 인적.물적 자원의 활용 극대화를 위해 ERP(기업자원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정보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99년 2천3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 해 3천억원으로 30% 늘어났다. 올해 매출목표는 7천500억원.
대주주인 모토롤라는 "아시아의 어느 공장과도 비교할 수 없다.어떻게 1년만에 회사를 변화시킬 수 있었느냐"며 박사장 취임 이후 팬택의 변화를 놀라워했다. 'military standard'로 소문난 모토롤라의 기준을 충족시킨 결과, 브라질과 멕시코, 중국 등 모토롤라의 해외 제휴공장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박 사장은 "경영 차별화 전략은 고객 만족에서 시작해 품질(Quality)과 가격(Cost), 납기(Delivery)에서 완성된다"고 설명하면서 "제조업하는 사람으로서 공장을 100% 가동하는 것보다 행복한 게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풀가동된 팬택의 생산라인은 지난 달 27만대의 휴대폰을 생산, 전량 수출했다.
그는 "CDMA휴대폰의 경우 국산화율이 40%밖에 되지 않는 데다 퀄컴사에 5.7%의 로열티를 내야하는 등 수익구조가 악화돼 있다" 고 지적하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통신업체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팬택은 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200명을 연구인력으로 확보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에서의 초고속승진 행진 등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된 배경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은 어린 시절, 두메산골에서 겪은 모진 고생에서 비롯된 자생력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에 부친을 잃은 그는 6살때부터 돌 지난 동생을 돌봐야 했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성실하게 일을 하고 궂은 일에는 몸을 덜 사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팬택은 오는 4월, 차세대 이동통신 IMT 2000의 초기 휴대폰 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내시장에 도전한다. "IMT-2000 휴대폰 사업 진출과 2005년 매출액 2조원 달성"이 박 사장의 가까운 목표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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