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댄서'의 눈물을 볼 것인가, '초콜렛'의 달콤함을 맛볼 것인가.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두 편의 영화가 촉촉한 초봄, 대구 극장가를 찾았다.
'어둠 속의 댄서'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백치들'의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작정하듯 만든 영화다. 이제까지 그의 영화들이 지나치게 관념적이거나 난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둠 속의 댄서'는 자식을 위해 눈먼 여인이 사형대로 향한다는 눈물겨운 스토리를 경쾌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려내고 있다.
체코 출신 이민자 셀마(비요크). 미국 워싱턴의 작은 마을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지만 유전병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들마저 시력을 잃어가자 열세 살이 되기 전에 수술을 시켜주겠다는 희망으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는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것. 고통스런 현실을 잊게 하는 버팀목이다.
아내의 사치로 괴로워하는 집주인 경찰관 빌(데이비드 모스)은 장님이나 다름없는 셀마의 돈을 훔치고, "제발 그 돈만은 돌려달라"고 간청하는 그녀에게 총을 건넨다.
"사형대를 향해 경쾌한 탭댄스를 추며 나아가는 영화"라는 표현이 적절한 영화다. 삶의 애환과 짙은 모성애를 뮤지컬의 경쾌함에 실었다.
특히 작업장과 달리는 기차 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은 그녀의 삶의 고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셀마역의 비요크는 아이슬란드 최고의 가수. 이 한편의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137분 12세 관람가.
'초콜렛'은 제목만큼이나 달콤하고 따뜻한 영화다.
100년 간 평온하던 프랑스의 시골 마을. 1959년 어느 날 신비의 여인 비엔나(줄리엣 비노쉬)와 어린 딸이 '이상한 가게'를 연다.
마을 사람들은 이 가게에서 만드는 처음 맛보는 초콜렛으로 술렁이고, 엄격한 보수주의자 마을 시장은 악을 퍼뜨리는 악녀로 몰아 세우며 쫓아낼 궁리에 열중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초콜렛의 맛에 끌려 비엔나쪽으로 기울고, 집시남자 루(조니 뎁)가 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갈등 관계가 생긴다.
금욕의 마을에 '침투'한 달콤한 변화의 바람. 언뜻 상투적인 갈등구조이지만 '개같은 내 인생'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섬세한 인물 묘사와 코믹한 상황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맨다.
줄리엣 비노쉬를 비롯해 야생마 같은 조니 뎁, 매맞는 아내로 나오는 레나 올린, 괴팍한 노파역의 주디 덴치 등 배우들도 호화캐스팅이다.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표백된 영상이 동화 같은 얘기임을 주지시키지만 그래도 동화처럼 쉽게 끝내버린 것이 아쉽다.
삶의 의미와 사랑의 관용이 초콜렛의 맛처럼 강렬하게 묻어나는 영화다. 121분 12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ima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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