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기 사극 인물 재평가 '눈길'

대하 사극 '태조 왕 건'에서 가장 뜬 인물은 궁예(김영철).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견 훤(서인석)의 카리스마 역시 그에 못지 않고 주인공인 왕 건(최수종)도 온후한 영웅의 면모를 보이며 시선을 모으지만 궁예는 인물 됨됨이에 대한 재조명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역사속 궁예는 잔인하고 포악한 군주로 긍정적 측면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인물이지만 이 드라마와 궁예를 연구한 학자들은 그를 '높은 이상을 지닌 명민한 군주였으나 비참한 말년을 맞이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허 준'과 '태조 왕 건'의 인기에 힘입어 사극이 활성화되면서 역사속 인물에 대한 재해석도 가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천둥소리'(매주 수,목 밤 9시50분~10시50분)는 역사적 상황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허 준'의 아류같은 느낌을 주지만 역사의 그늘에 묻혀졌던 허 균의 삶을 본격 조명한다는 점이 특징. 조선 중기의 인물로 뛰어난 문재를 지녔으며 이상 국가를 꿈꾸다 역모를 꾀한 것이 발각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허 균(최재성)의 사회개혁가로서의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다.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인 그는 소설속 주인공처럼 신분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린 자유주의자이면서 벼슬길에 오를 때마다 양반의 탈을 벗어던지는 파격적 면모의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가 사회개혁에 눈뜨도록 영향을 준 서자 출신 스승과의 관계 등을 통해 그를 역사 속에서 이끌어낸다.

MBC가 3월 중순부터 방영 예정인 '홍국영'도 이 범주에 속한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인물인 홍국영은 젊은 나이에 몸을 일으켜 강력한 권력을 쥐고 세도정치를 휘두르다 몰락한 풍운아. 역사속 그는 권력욕의 화신으로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 드라마는 그가 권력가였으면서도 청빈했으며 친.인척을 배제, 이상 정치의 포부를 지닌 인물로 긍정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24일 오후8시 KBS 1TV의 '역사스페셜'이 다루는 우암 송시열에 대한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대유학자이면서 북벌론을 주창, 긍정적 인물로 찬양받고 있는 송시열에 대해 그의 북벌론의 실체, 당인으로서의 입장과 처신 등을 통해 그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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