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이 먼저냐, 생계가 우선이냐" 올해부터 이어지는 각종 국제행사(JCI아태대회·대륙간컵축구대회·월드컵·U대회)를 앞두고 대구시와 각 구청이 대대적인 도시환경정비에 돌입, '단속, 철거, 경비떠넘기기' 등을 둘러싸고 시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당국은 "한 집안에서도 손님이 오면 청소를 하지 않나"라며 밀어붙이고 있고, 시민들은 "굳이 생계를 짓눌러 가면서까지 획일적으로 정비를 해야하나"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성구청은 최근 월드컵종합경기장을 오가는 달구벌대로 인근 연호동 화훼단지 50여업체에 대해 5월말까지 간판, 온실 등의 정비를 통보하면서 업체당 1천만원정도의 경비를 자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그런 식으로 정비를 요구하려면 마땅히 구청에서 경비를 부담해야하지 않느냐. 불경기로 가게도 유지하기 힘든 판에 천여만원을 부담하라는 것은 관광명소인 화훼단지를 죽이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화훼업체들은 "그렇잖아도 구청이 지난해말 달구벌대로에 나무터널을 조성한다면서 그냥 두어도 미관효과가 큰 화훼단지 앞에 나무를 촘촘이 심는 바람에 가게마다 가로막혀 다시 돈을 들여 보차도를 새로 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화를 냈다.
경부고속도로 동대구IC 인근 30여 재활용수집업체들은 동구청이 이달말까지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않을 경우 강제철거를 하겠다는 통보에 따라 수십년간 지켜온 생계터전을 잃게 됐다.
대다수가 영세한 이들 업체들은 "이전은커녕 이주비용조차 막막해 문을 닫아야할 처지"라며 "지금껏 묵인해오다 느닷없이 나가라고 하니 국제행사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시 환경정비 지시에 따를 뿐이며 대다수 업체는 자연녹지 및 공원지역내 무허가건물"이라며 강제철거 의사를 밝혔다. 동구 용계동 한 고물상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데도 환경정비대상이라는 이유로 이전독촉을 받고 있다"고 불평했다.
각 구청은 시 방침에 따라 다음달부터 공무원들을 총동원, 대구공항-칠성시장 관문도로변 4개 재래시장 600여 생계형노점상을 비롯, 시내 주요 도로 및 재래시장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집중단속에 들어갈 방침이다.
따라서 강제철거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마찰이 일 전망이다. 이같은 대대적인 도시정비에 따라 북구청은 14억 6천만원, 동구청은 28억여원의 사업비를 쏟아붓는 것을 비롯 다른 구청 역시 10억원 내외의 예산을 쓰고 있다.
시민들은 "국내.외 손님을 맞기위해 도시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민들의 생계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될 일"이라며 "무조건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국제행사 준비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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