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쇄업체 하면 으레 옵셋 인쇄기 한두대 갖춰 놓은 어두컴컴한 작업장을 연상하기 쉽다. 그만큼 인쇄업은 '영세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 특수 인쇄업계를 대표하는 대구시 서구 비산동 (주)한성인쇄는 이런 인쇄업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성서공단 3곳을 비롯, 전국 5개의 대형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생산설비도 국내 정상급이다. 한 지면 또는 판 위에서 원하는 도형, 글자, 그림이 코팅이 되는 옵셋인쇄기는 국내에 3대 뿐인데 한성인쇄가 한 대를 보유하고 있다. 64페이지 동시접지가 가능한 곳도 대구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 300℃ 철판에 붙는 라벨을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내기도 했다.
종업원 250명에 올 예상 매출은 700억원 정도. 종업원 1인당 생산액이 3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인쇄하면 출판물만 생각하기 쉬우나 한성인쇄는 산업용 인쇄물 생산이 대부분. 매출의 70% 정도가 수출용 상품에 부착돼 해외로 팔려 나간다.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이 서울업체들과 거래하다 제품의 질 때문에 한성을 선택했다고 한성인쇄측은 밝혔다. 복수의 협력회사를 두는 것으로 유명한 삼성전자가 라벨분야에는 유일하게 한성인쇄와 단수 거래하는 것만 봐도 기술수준, 신용도를 알 수 있다. 일본 후지제록스의 경우 일본은 물론 동남아 지역 인쇄업체들의 수준을 면밀히 파악한 후 한성인쇄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한성인쇄의 최대 강점은 일체의 공정이 자체 공장에서 이뤄지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최상의 상태에서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 물론 제품에 대한 기술수준과 개발 노하우도 빼놓을 수 없다.
인쇄공정의 신기술개발은 주문업체들의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모 통신업체 휴대폰에 부착하던 스티커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붙였으나 한성인쇄가 기계로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후 스티커 부착비용을 기존의 10% 수준으로 낮췄다는 것. 이 회사의 강점은 기술 수준 이외에도 많다. 인쇄용지, 필름 등 원자재를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구입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다양한 인쇄 주문을 대량으로 소화하다 보니 버리는 인쇄용지가 거의 없다. 중소업체들이 많게는 1/3까지 종이를 버리는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성은 납품처에서는 어음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협력업체 거래시에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다. 물론 은행부채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인쇄업체들이 일감이 없어 조업을 단축하고 종업원 임금을 삭감하던 IMF때도 임금삭감을 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인쇄물량이 늘어나 실질임금은 오히려 많아졌다.
이런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지역에서 나오거나 관급 발주에는 가능한한 참여하지 않는다. 최창근(60·대구·경북인쇄조합이사장) 사장은 "현재 대구지역에서 수주한 물량은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다"며 "지역에서 중소업체들과 경쟁하느니 가능하면 역외 업체들과 경쟁해 물량을 수주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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