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푸틴 방한, 관계개선 전기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訪韓)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우선 시기적으로 보아 현 시점은 미국의 부시 정권이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3월초 한미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4월에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잇따른 서울 답방이 예정돼 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민감한 시점에 서울을 방문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러.중의 4강중 하나인 러시아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나름대로 행사키 위한 나들이로 볼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서울 방문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경우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의문을 갖고 강경 노선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푸틴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2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밝혀 남북한이 러시아와 대등한 관계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만큼 우리는 지금까지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강(强)간에 2+4회담을 선호해온 러시아가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이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2+2방식에 동의하지나 않을까 기대케 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내세워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에만 골몰한채 선린우호의 정신을 버리고 경제적 이득 취하기에만 급급하지 않을는지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상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서울 방문 길에서 앞서말한바 정치적인 목적외에도 한.러경제 협력에 목적을 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것은 물론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홋카 공단 개발을 위한 양국간의 실질 협력 문제와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삼각 협력문제가 주 의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러시아는 차세대 전투기 구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사업 등 순수한 경제적 협력사업들을 들고 나올 전망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와 남북문제에서 앞으로 러시아가 '건설적인'기여를 할 것이란 점을 내세워 남한의 협력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지금의 남북화해 분위기가 남북러의 3각 경제협력 관계로 발전된다는데야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남북대화를 측면 지원하는 한편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어쨌든 이번 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가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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