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비 불균형.윤리 타락

"5세(1997년생)에서 9세(1993년생) 아들을 둔 부모님께 알립니다. 저는 7세와 6세인 두 딸을 둔 부모로 오는 2020년 두 딸과 결혼할 정혼자를 구합니다"

김모(북구 침산동)씨는 최근 인터넷에 7세와 6세인 두 딸의 공개정혼 의사를 밝혔다. 성개방풍조의 확산으로 인한 성적 타락으로부터 딸들을 보호하고, 건강하고 순수한 결혼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김 씨는 "두 딸이 크면서 결혼관, 인생관을 스스로 형성하겠지만 아버지로서 자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도와줄 의무와 책임이 있어 정혼을 결정했다"며 자신의 인터넷 e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

김씨처럼 공개 정혼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부모들이 적잖다.

박모(33.수성구 신매동)씨는 딸(4)과 한 동네에 사는 친구 아들(4)과의 정혼을 고려중이다. 농담삼아 사돈하자고 한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유독 친하게 지내고 있어 계속 지켜본 뒤 혼인시킬 계획이다.

친구 딸을 며느리로 삼고싶다는 이모(44.달서구 도원동)씨는 "친구 딸(12)이 착하고 예쁜데다 믿을 수 있어 아들(16)의 짝으로 고려중"이라며 "아이들이 철든 뒤 다시 생각해야겠지만 미리 정혼해두는 것도 괜찮을 것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녀 성비문제와 성개방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구 초등학생 21만6천명 중 남학생이 56%를 차지해 남학생 10명에 여학생이 7.8명 꼴인 것으로 나타나 남아를 가진 부모들이 은근히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 또 원조교제를 비롯한 성적 타락풍조가 확산되면서 미리 짝을 찾아줘 이러한 불안을 덜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김준곤 변호사는 이와 관련, "당사자의 혼인 의사가 없으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대학과 직업, 심지어 식사메뉴까지 결정하며 자녀들을 과보호하는 부모들이 이제 짝까지 정해주겠다고 나선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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